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심사ㅣHeavy rain (8-09-Tue)
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심사를 위해 수봉회관 문인협회 사무실을 찾아갈 때도 많은 비가 내렸고, 심사를 진행할 동안에도 계속해서 내렸다. 심사는 11시에 시작해 중간에 점심 먹고 오후 2시쯤 끝났다. 올해는 응모 유의 사항을 제대로 숙지했는지 공모 주체가 요구한 대로(15행 내외) 시들을 제출해 심사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응모 작품 수는 많았지만, 100편을 골라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심사를 마치고 회관을 나설 때도 비는 맹렬하게 내렸다. 다행이 문인협회 문 모 선배가 집 앞까지 차로 데려다 주었다. 돌아오자마자 텔레비전을 켜니, 뉴스에서는 비로 인한 피해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었다. 112년만의 폭우라고 한다. 사상자도 벌써 7명이나 발생했고 실종자도 속출하고 있다. 저지대와 반지하에 사는 주민들은 모두 대피했고, 거리에는 버려진 자동차들이 마구 뒤엉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사나흘 사이에 이렇듯 집중 호우가 그악스럽게 내리는 건 나도 처음 겪는 일이다. 이변이라 할 수 있는 이런 특이한 기상 상황을 겪고 있는 건 비단 우리 나라만이 아니다. 사막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엄청난 비를 동반한 폭풍이 몰아쳤고,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흡사 묵시록에 나오는 종말의 상황 같은 기상 이변을 겪고 있다. 벌써 일부 기독교인들은 종말 운운하며 미증유의 재난을 종교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실 인간의 탐욕이 부른 재난 수준의 기상 이변이 어디 어제오늘의 일이던가. 극지의 얼음은 온난화로 인해 점점 녹아 해수면을 높이고, 활화산은 뜬금없이 다시 활동을 시작하고, 바이러스는 창궐하고, 물과 공기는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오염되었으며, 강대국들은 아무런 죄위식도 없이 전쟁을 일으키고...... 모두 열거하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곳곳의 산사태와 맨홀의 역류, 건물 붕괴와 아파트 침수 등은 분명 인간의 무관심과 탐욕이 부른 인재의 성격이 짙긴 하지만, 기독교인들 말처럼 신은 어쩌면 이런 방식으로 지구의 질서를 재편하려 하는 건 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데도 정부와 여당은 정치 싸움에만 골몰하고 있으니, 민생의 피폐와 국민의 고단함은 어쩌란 말인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부아가 치민다. 지금도 창밖에는 거센 비가 내리고 있다. 이 밤을 뜬눈으로 보내고 있을 수재민들의 한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도 한동안은 큰 비가 더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아무쪼록 비로 인한 인명 피해가 더는 발생하지 않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비를 잔뜩 품고 있는 하늘이 정말 야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