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 (7-29-Fri, fine)
악성민원인 한 명이 벌써 한 시간째 교육청 복도와 내 방 앞을 오고가며 고성을 지르고 있다. 이 분은 얼마 전에도 교육청을 찾아와 교육감을 만나게 해달라고 생떼를 부리며 난동을 부리던 사람이다. 뭔가 절박하고 애틋한 사연이 있겠지만, 이런 '막무가내식 민원 제기'는 업무 방해이고 정신적 폭력이다. 그녀의 딸은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감 소속 근로자였는데, 얼마 전 말로 표현하기조차 민망한, 여러 문제를 일으켜 해고되었다. 학생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하지만 민원인은 자식이 저지른 일은 정신이 올바르지 않은 상태에서 저지른 일이니, 해고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녀의 딸은 정신과 의사로부터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전후 맥락을 빼버리고 이야기를 듣자면 그녀의 말이 백번 옳다. 하지만 그녀의 딸은 이전에도 몇 차례 유사한 일을 저질러 경고와 징계를 받은 바 있고, 점점 그 증세가 심해졌다고 한다. 설사 치료를 받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해도 정상적인 근무는 힘들다고 판단해, 가슴 아픈 일이지만, 학생들의 정신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교육청 자문 변호사들과 그 사건을 심의한 심의위원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하지만 그녀는 학교 측 조치와 그것에 대한 교육청의 승인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 중인 것이다. 그녀는 교육감을 고소하겠다는 둥, 매일 일인시위를 해서 교육청의 무사안일을 시민사회에 알리겠다는 둥 울고불고 난리를 치고 있다. 해당 부서 과장은 '교육청으로서는 징계를 번복하기 어렵다. 그러니 법원에 고소하든 노동위원회에 민원을 넣으시라. 만약 징계가 잘못됐으니 시정하라는 명령이 내려오면 그때는 해고 취소와 복직 문제를 논의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해당 학교 교장의 해고 조치는 적법했다는 게 교육청의 판단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 돌아가셔서 그러한 절차를 서둘러 밟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라고 하소연하며 거의 울기 직전이다. 이럴 때 보면, 공무원이란 직업은 무척이나 고된 정신 노동이다. 막무가내로 큰소리와 욕설부터 내지르는 민원인을 상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심정을 모르진 않지만, 자식의 상태가 그 지경이 되도록 전혀 관심두지 않고 있다가 사태가 커지고 나서야 비로소 저렇듯 막무가내로 청사에 들어와 난리를 치는 건 아이를 위해서도 부모를 위해서도 옳은 행동은 아니다. 수백 명의 어린 학생들의 안전과 정신적 충격 또한 중요한 일이다. 학생들의 부모 또한 얼마나 걱정이 되겠는가. 지금은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에게 민원을 넣어 교육감을 반드시 퇴진하게 만들겠다고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다. 자식의 치료비도 교육감에게 청구할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나의 고즈넉한 오후가 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