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비 오다 갠 보통의 일요일

달빛사랑 2022. 7. 24. 00:28

 

친구들은 오늘 문학산을 오른 후 모처에 모여 닭백숙을 먹었다. 나도 함께할 예정이었으나, 내일 모 기관의 직원 채용 실무면접을 심사해야 해서 아침 일찍 움직여야 한다. 눈물을 머금고 집에 있었다. 친구들은 전화해서 “네가 언제부터 내일 일을 걱정해서 술을 마다했지?” 하며 유혹했지만, 지원서를 다시 한번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고, 컨디션도 그다지 좋지 않아서 합류를 사양했다. 약 올리느라고 친구들은 먹음직스러운 백숙 사진과 술자리 풍경을 보내왔지만, 한번 나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자 그것들이 별로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다만 부러웠던 건 땀을 흠뻑 흘리며 문학산 정상을 다녀왔다는 것뿐.

그나저나 지원서를 살펴보며 또다시 곤혹스러움에 빠졌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은 결국 누군가를 떨어뜨리는 일이 아닌가. 자식 같은 지원자들의 다양하고 화려한 이력들이 두툼한 서류 뭉치 속에서 ‘내 손을 잡아줘요’ 하며 아우성치는 것 같았다. 6명을 뽑는데 450여 명이 지원했다니,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나저나 낮잠을 잤더니 도무지 잠이 올 기미가 보이질 않네. 이러다 꼬박 밤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의식적으로 잠을 청해야겠다. 자리에 누워 영화를 보다 보면 잠이 올지 모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