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후배의 소식을 듣다, 대체로 맑음

달빛사랑 2022. 7. 9. 00:29

 

어제 퇴근 후, 후배 장(張)과 통화하며 길을 걷다 보니 어느덧 갈매기였다. 장의 장광설은 갈매기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이어졌는데, 그의 수다를 듣다가 새롭고 재미있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는 여자 후배의 최근 동정이었는데, 그 후배는 2021년 시로 등단했고, 서너 개의 공모에서 수상했으며, 현재는 여전히 남양주에 살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시를 쓸 때는 가명을 사용하고 있었다. 오래전에 만났을 때, 그녀는  동화나 소설, 즉 산문으로 등단하고 싶다는 말을 했고, 몇 군데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지만 채택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인정하지 못하는 기성 작가들을 관성에 사로잡힌 문단 카르텔이라고 비판했는데, 나로서는 그녀의 문재(文材)를 아끼고 있었기에 대개의 경우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그런 그녀가 시인으로 등단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선배로서 무척 반가웠지만, 또 한편으로 '왜 시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오래전 보았던 그녀의 글은 확실히 산문적 리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 보는 사이에 그녀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또 그녀의 내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무척 의외였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그녀는 기질이나 감수성 면에서 볼 때 학술적인 논문이나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소설보다는 자신의 상상력을 기동력 있게 형상화할 수 있는 시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다른 사람과의 전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지만, 그녀의 문운과 건필을 기원한다. 그리고..... 갈매기는...... 문 앞까지 갔다가 들어가지 않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통화를 하면서 안을 슬쩍 들여다봤더니 내가 늘 앉던 자리에 사장 동창들이 이미 앉아서 술 마시고 있었다. 걸어오느라 이미 온몸은 땀에 절었고, 갑작스레 피곤함이 몰려온 데다가 앉던 자리마저 다른 이들이 선점하고 있어서 음주 의지가 사라져 버렸다. 사실 갈매기에 들른 것도 술 마시고 싶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안 가본 지 오래되어 안부 확인 차원에서 들렀던 것이다. 장은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했으나, 제물포까지 가기에도 나는 지쳐있었다. 집 근처 가게에서 콩국수 국물과 돼지고기 찌갯거리를 사서 귀가했다. 오늘 점심에는 콩국수를 먹을까 생각 중이다. 

 

헬스클럽의 공사가 일주일 연기됐다. 일주일 더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운동마저 하지 않으면 무기력해진다. 날은 덥고 운동을 할 수 없으니 에어컨을 켜놓고 영화를 보거나 드라마를 보는 게 전부다. 가끔 ebs 홈페이지에 들어가 성인문해력 테스트를 받곤 했다. 난이도가 만만하지 않다. 글을 읽거나 쓰는 일에 거부감이 없는 나조차 15문제 중에서 3개를 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