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3월 29일 화요일, 석바위 사무실 방문

달빛사랑 2022. 3. 29. 00:13

 

석바위 사무실에 들러 점심 먹고 왔다. 오전에 느긋하게 책을 볼까 했는데 보운 형의 연락, 석바위 선거대책본부 직원들과 점심 약속이 있으니 시간되면 오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일단 “시간 되면 갈게요” 하고 여지를 두었다가 어차피 나도 점심을 먹어야 하고 또 석바위 사무실에 들른 지 벌써 10일이 지나 상황이 궁금하기도 해서 함께하겠다고 다시 문자를 보냈다. 11시 30분쯤 집을 나섰는데, 날이 너무 좋아 누군가에게 연락해서 놀러가자고 하고 싶었다. 화창한 봄 날씨는 확실히 사람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오죽하면 ‘봄바람 나다’라는 말이 있을까. 나 같이 분위기에 약한 사람에게 봄은 그야말로 유혹의 계절이다. 하긴 내가 유혹을 받거나 바람이 난다고 해서 문제 될 게 뭐가 있을까마는…. 오히려 유혹이 부럽다. 바람이라도 나고 싶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못 보던 직원이 한 명 눈에 띄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일이 많아져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뽑은 모양이었다. 무척 앳되 보이는 그녀는 주소록을 정리하고 있었다. 다른 출마 후보들은 이미 번듯한 사무실을 얻어 대형 현수막을 건물 전면에 걸어놓고 선거 준비를 시작한지 이미 오래다. 석바위 사무실은 그들에 비해 무척 조촐한 규모다. 마음 같아서는 이것저것 많이 도와주고 싶지만, 나는 공무원 신분이라 그럴 수가 없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오늘처럼 방문해 점심을 사주거나 커피 박스를 전해주는 게 전부다. 대선에서 졌기 때문에 선대본 사무실의 분위기는 긴장감이 감돈다. 물론 보수 쪽에서는 반대로 무척 고무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 난립한 후보들은 모두 자기를 중심으로 단일화할 것을 요구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보수 후보 난립이 선거에 유리하겠지만, 그런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좋은 정책으로 시민에게 다가서야 할 것이다. 정치판선거와는 많이 다른 선거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근거 없이 비난하고 흠결을 침소봉대 하는 행태는 지난 대선에서 이미 충분히 겪어봤다. 그 볼썽사나운 선거전은 이제 더는 보고 싶지 않다. 진보가 보수와 다른 것이 있다면 도덕성과 구체적인 정책이다. 그것으로 승부하면 될 일이다. 구태를 답습하여 승리를 한다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쁜 정치를 답습할 바에는 아름다운 패배가 오히려 낫다. 

 

점심은 지난 번에 갔던 집에 가서 먹었는데, 가성비 좋은 건 여전했지만 맛은 그냥그랬다. 갈치조림을 먹었는데 간이 안 맞았다. 그야말로 ‘다시 도루묵’의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보운 형이 좋아하는 갈치조림을 주문했는데, 갈치에서 비린 맛도 나고 기본 반찬도 너무 짜서 차라리 찌개나 백반을 먹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번에 갔을 때보다 손님이 붐벼서 그런 걸까 생각해 봤지만 기본 반찬의 간이야 손님 숫자와는 무관한 문제 아닌가. 다음에 한 번 더 가봐야겠다. 음식맛의 편차가 심하다면 뭔가 원인이 있을 것이다. 덜 신선한 재료를 사용했거나 조리할 때 갑자기 손님이 몰려들어 서둘러 간을 했을 수도 있다. 좋은 맛을 한결같이 유지하기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내 허기의 정도, 너무 큰 기대를 안고 식탁에 앉은 나의 심리 상태 등등 내 쪽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한 번 더 가봐야 좀 더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듯. 사실 나는 막입이라서 맛에 그리 까다로운 편은 아니다. 나야말로 봄을 타나, 왜 이리 까탈스러워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