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이제 분주해져도 되겠습니다ㅣ안과 방문
출근길, 오랜만에 눈 시린 햇살을 만났습니다.
코로나도 병든 정치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제 봄은 본래의 얼굴로 점점 더 분주해지겠지요.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 주는 곳마다
자주 경탄하고 문득 고즈넉해지는 시간이 펼쳐질 겁니다.
부디 나도 당신도 더는 마음 다칠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출근 후 도착한 문자와 쪽지들을 확인하고 하루 일과를 정리한 후 안과에 들렀다. 최근에 더욱 심해진 날파리증후군(비문증)과 왼쪽 흰자위 아래 생긴 작은 물집에 관해 상담하기 위해서였다. 30분에 걸쳐 검사를 진행한 결과는 특별히 신경 쓸 게 없다는 것이었다. 이럴 때 환자 쪽에서는 더욱 답답해진다. 분명 증상은 있는데, 의사는 신경 쓸 일 아니라고 하니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흰자위 물집은 알러지 때문에 많이 생기는 증상이라고 한다. 시술을 통해 물집을 터뜨릴 수는 있지만, 일단 약물로 처치해 보고 그래도 사라지지 않으면 다음주에 시술해 줄 테니 한 번 더 병원에 들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두 종류의 안약을 처방해 주었다. 그런데 조사하느라 이 약 저 약을 점안하고 의사의 손을 거쳐서 그런가 비문증은 확실히 내원 전보다는 덜한 것 같았다. 의사는 “연세가 있으셔서 날파리증후군은 생활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안고 가셔야 합니다.”라고, 위로인지 경고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내 지인들 중에서도 이 증상으로 답답해 하는 이들이 많긴 하다. 그리고 안경을 쓰면 증상이 덜하기 때문에 생활하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다고도 했다. 그거야 당연한 말 아닌가.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당연히 초치해야 하는 일일 테니 말이다. 아무튼 병원에서 1시간을 보낸 후 사무실에 들러 마저 볼 일을 보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했다. 월요일이어서 갈매기를 들러 볼까 하다가 그냥 왔다. 은준이와 닭갈비를 먹으며 소주를 마신 것 빼고는 이번 달 내내 술을 마시지 않았다. 금주가 길어지면 술 생각이 더욱 클 줄 알았는데, 별로 그렇지도 않다. 얼마나 다행인가. 연초까지만 해도 딱히 술 생각이 없어도 습관적으로 갈매기에 들렀지만, 이제는 그렇듯 무작정 술집을 찾는 일이 없어졌다. 최근에 생긴 변화 중 가장 바람직한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