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넋두리 해도 괜찮지요, 하나님!

달빛사랑 2022. 3. 27. 00:12

 

주일 하루가 순식간에 가버렸네요. 밥 먹고 낮잠 자고, 청소하고, tv 보고, 음악 듣고, 차 마시고, 멍하니 앉아 있다 보니 하루가 갔어요. 아, 눈 세척을 두 번하고, 쓰레기도 버렸네요. 생각해 보니 밥은 한 끼밖에 안 먹었고. 그래도 버틸 만한 걸 보니 하루에 꼭 세 끼를 먹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군요. 정유천 선배 부친께서 운명하셔서 조의금을 보내기도 했군요. 페이스북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갈 뻔했어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엄마 돌아가셨을 때 마음을 보태준 분들은 잊지 않고 나도 마음을 표시하는 편이지요. 그러고 보니 또 엄마 생각나네요. 암만 생각해도 엄마는 내게 너무도 크고 넓고 깊은 산이었던 분이셨어요. 한마디로 좋은 사람이자 좋은 엄마셨어요. 매사 깔끔하고 마음 넓고 배려 깊고 명민하셨던 분이셨지요. 그분이 아니었다면 나는 몇 차례의 고비를 견디기 힘들었을 거예요. 자칫 감정이 무너지기 쉬운 순간에도 나를 위해, 맞아요, 이건, 순전히 나를 위해서 그런 거지요. 별명이 수도꼭지인 울 엄마가 공감능력이 부족할 리는 없잖아요. 그래 나를 위해 눈물을 꾹 참고 사태를 묵묵히 지켜봐 주셨던 거지요. 내가 격해질까 봐 감정을 다스리신 거지요. 그리고는 혼자 우셨을 게 분명해요. 매일매일 한 시간씩 성스러운 의식처럼 빼먹지 않고 드리던 심야기도의 주제는 상당 부분 나에 관한 기도였을 거예요. 그분의 정성스런 기도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는 거고, 나의 감수성이 보존될 수 있었던 거지요. 아, 이 늦은 밤, 리 오스카의 하모니카를 들으며 엄마를 생각하는 게 아니었는데.... 또 가슴이 먹먹해져 오네요.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야만 하지요. 예외는 없어요. 알아요. 엄마도 소풍 왔던 지상의 삶을 마감하고 본원의 고향으로 돌아간 거잖아요. 다만 내가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건, 생전에 내가 좀 더 덜 외롭게 해드릴 수 있었고, 더 기쁘게 해줄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거예요. 왜 자식들은 하나같이 부모가 떠난 뒤에서야 비로소 자신의 무심함을 후회하는 거지요? 자식은 필연적으로 회한을 품고 살아야만 하는 존재인가봐요. 그래도 내가 지금 이렇게 엄마를 생각하며 반듯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걸 아신다면 조금은 위로가 되실까요. 너무도 극적인 그분의 죽음의 형식을 생각하면 지금도 경외심이 일어납니다. 그건 아마도 엄마의 신앙에 대한 신의 배려와 은총이라고 나는 생각해요. 그리고 어쩌면 엄마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자식의 미래를 생각했을 거예요. 자신이 민폐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애원하듯 기도했을 거예요. 그 애틋한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어주신 거지요. 얼마나 애틋하면서도 숭고한 장면인가요. 울 엄마의 굳어가던 얼굴에 내 손과 얼굴을 부비며 “아이고, 불쌍한 우리 엄마!” 하며 처량하게 울던 게 바로 며칠 전 일처럼 또렷하네요. 하지만 벌써 일 년이 지났어요. 세월 참 고약하게 빠르다니까요. 나의 죽음도 그와 같은 형식이었으면 좋겠어요. 잠을 자듯 고요히 하늘에 드는 것, 근데 그게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아직은 엄마의 죽음을 문학적으로 정리해 낼 자신이 없어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거 같아요. 나도 물론 젊진 않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리고 아직도 가끔 염치없이 엄마를 부르며 소원을 빌기도 해요. 나이와 무관하게 자식들은 죽기 전까지 엄마의 천덕꾸러기인가 봐요. 하늘에서 쉬시는 분을 굳이 호명해서 소원을 빌다니, 하나님께서 뭐라고 하시겠어요. “저 놈이 미쳤나. 간구의 대상은 나야. 엄마가 아니고.”라며 지청구를 할 것도 같은데. 그럼 엄마는 하늘나라에서도 “아이고 하나님, 제 아들이 본래 성정은 착하답니다. 저리 물색없이 구는 건 요즘 혼자 살다 보니 외로워서 그래요. 그러니 이해해 주세요.” 하며 머리를 조아리시려나. 생전에도 맘 편치 않게 하더니 지금까지도 엄마를 귀찮게 하는 아들이군요. 엄마, 이제 자야겠어요. 엄마도 이제 쉬세요. 하나님께서야 전지전능하시니 주무실 일도 없으시겠지만, 그래도 우리 기도가 자주 그곳에 닿는다면 이 거지 같은 현실, 조율이나 한 번 해주세요. 오늘 하루 두루 고마웠습니다. 울 부모님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열심히 그분들처럼 살도록 노력할게요. 조율을 기대하며 이만 잠자리에 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