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봄비 내리다

달빛사랑 2022. 3. 13. 00:14

 

 

지난밤부터 아침까지 봄비 내렸다. 볕을 보지 못한 날이 길어지다 보니 몸도 맘도 찌뿌듯했다. 오랜만에 거실에 나가 실내자전거를 탔다. 운동으로 땀을 흘려본 게 얼마 만인지. 이렇듯 쉽사리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데도 자전거에 오르기까지 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지. 매일 운동하던 시절에는 두 시간을 어떻게 러닝머신 위에서 뛰고 걸었는지 모르겠다. 봄비를 보려고 자주 테라스 문을 여닫았는데, 비는 9시가 지나며 점점 사위었다. 하지만 하늘은 여전히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저녁까지 그랬다. 해가 들지 않는 방에서 영화를 보거나 유튜브를 시청하다가 졸리면 잠을 잤다. 생각보다 단잠이었다. 내가 이렇게 잠이 많은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잤다. 신기했다. 뉴스는 당연히 오늘도 보지 않았다. 다만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을 가끔 시청했다. 박 군이란 이름의 트로트 가수가 모델 출신 방송인 한영 씨와 결혼을 발표했다. 한영 씨가 8살 연상이었고 신장 또한 8cm가 더 컸다. 얼핏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손을 꼭 잡고 화면 앞에 앉았는데, 다시 보니 그렇게 어울릴 수가 없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하는 사람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묘한 아우라가 있었다. 생면부지의 두 사람이 행복하기를 마음으로 빌어주었다. 새롭게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아름답다. 그들의 젊음이 부러웠다. 봄이 내 발치까지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