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금),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출근길에 만수1동 사무소에 설치된 사전 투표소에 들러 대통령선거 사전 투표를 했다. 아침 일찍 방문했기 때문인지 투표객들은 많지 않았다. 그나마 만난 투표객들은 대부분 지팡이를 짚거나 유모차에 의지한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전 투표율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말이 있어서 참가하긴 했지만, 다수당 후보 두 사람 모두 진보에 부합하는 인물이 아니므로 실상은 덜 싫어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고 왔다는 게 정확한 말일 것이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제3 진영 후보 중 한 사람에게 투표하리라 마음먹고 갔는데, 막상 기표소에 들어가 후보들의 이름을 보자 생각이 많아졌다. 5초간 생각하다 애초의 생각과는 다른 후보에게 표를 주고 왔다.
사실 엄밀히 얘기하면 투표에서 무효표는 있을지언정 사표란 없다. 많든 적든 각 후보들이 받은 표는 유권자 개개인이 행사한 소중한 의사 표시이기 때문이다. 거대 정당들이 자신들의 후보에게 표를 더 얻게 하려고 교묘하게 유포한 이기적인 논리가 사표 논리다. 그걸 알면서도 내가 기표소에 들어가 은연 중에 사표를 생각했다는 것은 이러한 사표 논리가 유권자들 사이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침투하고 집요하게 작동하는 지를 알려주는 증표라고 할 수 있다.
비서실 보좌관들은 기왕에 청을 나갔고 엊그제 박 보좌관마저 퇴직하고 나니 나 혼자 썰렁한 보좌관실을 지키는 시간이 많아졌다. 보운 형과 주 모 보좌관은 외근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점심 때가 되어도 식사하러 가자고 제안하는 사람이 없으니 또 다른 차원에서 박 보좌관의 부재가 실감났다. 각 부서별로 식사하러 가는 게 하나의 패턴인 직장인의 세계에서 동료가 없다는 건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 그야말로 식구(食口)가 없는 것이다. 결국 오늘은 컵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조용한 사무실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으나, 밥 때가 되니 약간 쓸쓸했다. 서너 명이 모여서 함께 식사하고 카페에 들러 티타임까지 보낸 후 청사로 돌아오는 타 부서 직원들의 모습이 한없이 부러웠다.
기온은 그리 낮지 않았으나, 바람이 불어 쌀쌀했다. 봄 속에 남은 겨울의 안간힘이 느껴진 하루였다.
요즘처럼 마음이 팍팍할 때나,
뜨거웠던 ‘그곳, 그일, 그 사람들’로부터
너무 멀리 떠나왔구나 싶을 때,
이 노래를 듣습니다. 눈물 납니다.
| 황승미, <검지에 핀 꽃> 중 ‘촌극을 만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