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봄비로 시작한 3월, 느낌이 좋다

달빛사랑 2022. 3. 1. 00:10

3월의 첫날,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습니다. 몇 차례 꽃샘추위가 찾아와 봄의 면전에서 몽니를 부리기도 하겠지만 그건 말 그대로 가는 계절의 시샘일 뿐 오는 봄의 도도한 발걸음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어요. 그리고 늘 그렇지만 아침에 일어나 창문 밖에서 들리는 빗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무척 좋아집니다. 늦겨울 굳게 닫힌 창문 안까지 들려오는 빗소리라면 보슬비는 아닌 게 틀림없을 테니까요. 겨울 아침, 창문을 열면 문 밖을 서성이던 찬바람이 일제히 방안으로 밀려 들어와 뜨거운 공기를 조금씩 밀어내고 그 자리를 신선한 찬 공기로 대신 채워줍니다. 밤새 켜놓은 가습기로 인해 축축해진 공기는 이내 가벼워집니다. 팔뚝에 오소소 소름이 돋아도 한참을 바람 앞에 몸을 맡겨둡니다. 특히 오늘처럼 소리마저 아름답게 비 내리는 날에는 더욱 오래도록 문을 열어둔 채 빗소리를 듣습니다. 

 

물론 평소에는 가습기와 전기장판의 전원을 끄고, AI 비서에게 음악을 켜라고 명령한 후 (“하이 빅스비, 아침 음악 틀어줘!” 하거나 “오케이 구글, 멜론에 연결해서 아침 클래식 틀어줘”하고 명령합니다. 한 번도 명령을 어긴 적이 없는 성실한 인공지능 비서들입니다)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가습기에 물도 공급하고 혈압약과 영양제를 챙겨먹습니다. 화초들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기지개를 켜며 주방으로 가 아침을 준비합니다. 대개는 엊저녁에 먹다 남은 찌개나 국이 있게 마련입니다. 없을 때는 간단한 국을 끓여 김과 젓갈을 곁들여 아침을 먹습니다. 하지만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자연스레 평소의 루틴과는 다른 아침을 맞게 됩니다. 아침 준비도 더뎌집니다.  

 

3월은 대통령선거가 있는 달입니다. 각각의 정치세력들은 긴장된 마음으로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두어 달 뒤에는 지자체 선거도 치러질 예정인데, 나는 교육청에 있다 보니 6월에 치러질 지자체 선거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대선의 결과는 분명 지자체 선거에도 영향을 끼치겠지요. 그러니 일단 첫 단추인 대선부터 민주진영이 승리했으면 좋겠습니다. 민주당 정권이 과연 민주진영인가 하는 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어차피 차악과 최악의 대결인 만큼 최악의 당선만은 피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군소 정당 후보 중에서도 훌륭한 후보는 있을 겁니다. 믿음이 있다면 사표 논리에 개의치 말고 자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겠지요. 아무튼 결과를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작금의 상황은 유권자들의 피를 말리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나로서는 3월 첫날에 좋아하는 비가 내려 여러 모로 내가 원하는 상황이 연출될 것 같은 확신이 듭니다. 이왕 승리하는 거, 많은 표차로 승리했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이 무심하지 않다면 말입니다.

 

저녁에는 다인아트 윤대표가 연락을 해서 구월동 용궁정에서 잠깐 만났습니다. 참치회를 시켰는데 생각났다는 겁니다. 나가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었는데, 혁재가 함께 있다고 하기에 잠깐 나가 식사만 할 생각으로 용궁정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웬걸, 그 자리에는 선아와 은수도 함께 있었습니다. 게다가 막 불러낸 것도 아니었어요. 이미 그들은 도착한 지 한참 전이었더군요. 옆자리에서는 미추홀구청장이 일행들과 술 마시고 있다가 일어나 인사를 해왔습니다. 왜 근무 시간에 여기 앉아 있을까 생각했는데, 오늘이 휴일이었던 걸 깜빡했던 겁니다. 참치는 맛있었습니다. 용궁정 참치는 정말 오랜만입니다. 대개 용궁정에서는 민어를 먹었거든요. 한 시간쯤 앉아서 참치와 고등어구이로 맥주 딱 한 잔 마신 후, 갈매기로 2차 가자는 혁재의 제안을 뿌리치고 돌아왔습니다. 혁재는 근직이가 갈매기에 와 있어 보고 가야한다며 갈매기로 갔습니다. 돌아오는 길, 한 시간 앉아 있다 올 걸 뭐하러 나왔나 후회가 막심했습니다. 하지만 반가운 얼굴을 오랜만에 봤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