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월 24일 목요일, (나에게만) 조용한 하루

달빛사랑 2022. 2. 24. 00:53

 

 

설거지하면서 문득 시집을 온통 비나 눈에 관한 시로 채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제목은 ‘비에 관한 50가지의 변주’라든가, ‘비에 관한 고찰’ 혹은 ‘비와 눈에 관한 50가지 보고서’ 정도로 정하고 4계절에 만나는 비에 관해 정리해 보는 거다. 비의 형태, 내리는 강도, 내리는 비와 함께 색이 변하는 세상, 비를 대하는 저마다의 표정, 비에 얽힌 추억, 비 내릴 당시 시적 화자나 대상의 마음속에 만들어지는 울림 등을 꼼꼼하게 정리해 놓으면 꽤 의미가 있을 듯한데....  게다가 내가 비를 무척 좋아하기도 하고, 비 내리는 날마다 매번 마음이 격동하여 말랑말랑한 감성이 되곤 했으니, 그 어떤 것보다 내게 딱 맞는 소재이자 모티브가 아닐까. 뭐 꼭 시집이 아니라 수필로 정리해도 괜찮을 것 같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오직 비를 소재로 한 시들로 한 권의 시집을 묶는 일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적어도 나처럼 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비 오는 날에 읽어야 할 교본' 같은 느낌을 주는 시집, 암만 생각해도 괜찮다. 물론 이전 시집에도 비와 관련한 시들이 적지 않았다. 어림잡아 10편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70여 편의 시 중에서 10편이 비와 관련한 시라면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아무튼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싱크대에서 ‘유레카!’ 하고 외칠 뻔했다. 물론 개별 시들이 작품성을 확보해야만 하는 것이겠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단조로운 생활이 반복되었고 그 결과 소재의 고갈을 겪고 있던 나에게는 기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결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관심병 환자인 푸틴이 전 세계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이미 민간인 사상자도 발생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렇듯 개념 없는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걸 보니, 역설적으로 21세기 독재자 푸틴의 종말도 그만큼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예상대로 전쟁에 대한 불안 심리로 주식 시장은 폭락했고, 나의 애플 주가도 10% 가까이 가격이 떨어졌다. 21세기에 전쟁이라니..... 안타까운 일이다. 아무쪼록 아이들과 여성들을 비롯한 민간인 피해가 더는 발생하지 않길 기도한다. 신이여, 저들과 함께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