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인천민예총 정기 총회

달빛사랑 2022. 2. 26. 00:17

 

오늘 아침 일찍 두 건의 부고를 받았습니다. 고등학교 동창 정 모는 잘 아는 사이지만, 그간 교류도 없었고 우리 엄마 장례 때도 마음을 받은 바 없어서 나도 빈소 방문이나 조의금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경조사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대응하겠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오래 전 학원을 운영할 때는 교류가 없어도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의 애경사에 부조를 하거나 화환을 보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마음이 바뀌더군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습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이유고 관계의 다이어트가 필요했다는 게 두 번째 이유일 겁니다.  

다른 한 통의 부고는 옛 노동운동 동지였던 주상현의 부친 부고였습니다.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아 요즘에는 조의금만 보내고 빈소 방문은 자제하는 추세지만, 나는 직접 들러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상현 또한 코로나가 창궐하던 당시에 우리 엄마 빈소를 방문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의 원칙을 지키고자 한 것입니다.

인터넷으로 검단에 있는 탑장례식장을 검색해 봤더니 다행히 집 앞 인천지하철 2호선으로 50분이면 도착하는 완정역 근처였습니다. 역을 나가자마자 오른쪽으로 병원이 보이더군요. 병원 응급진료센터 앞에는 코로나 검사를 위해 대기 중인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어딜 가나 난리입니다. 12시 30분쯤 도착한 빈소는 무척 썰렁했고, 상현은 일찍부터 빈소를 찾아준 내게 무척 감동한 눈치였습니다. 머리가 하얗게 센 그는 나이보다 많이 늙어보였습니다. 

조문을 마치고 약 20여 분 상현과 대화를 나눈 후 곧바로 민예총 사무실로 이동했습니다. 2시부터 총회가 있었거든요. 나름 서둘렀지만 시간은 맞추지 못하고 20분쯤 늦었습니다. 회원들 대부분이 줌(zoom)으로 참석해 현장에는 10여 명만 단출하게 있었습니다. 작가회의 후배들도 3명이 참석했더군요. 어언 창립 30년의 역사를 지닌 조직의 총회치고는 지나치게 썰렁한 느낌이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애매합니다. 총회는 내가 도착하고 한 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이후 갈매기로 이동해 간단한 뒤풀이를 했고, 돌아올 때는 찬영이 내외가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7시 30분쯤 집에 도착, 어찌나 피곤하던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쓰러져 잠들었다가 깨보니 11시, 책상 앞에서 장례식장의 위치를 확인한 후 집을 나선지 12시간 만에 다시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