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2월 27일 월요일, 맑음

달빛사랑 2021. 12. 27. 00:42

 

 

같은 방 동료들은 연차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고 나는 빈 사무실에 홀로 앉아 쇼팽을 듣는다. 익숙한 피아노 선율은 부드럽게 사무실 곳곳으로 스며들고, 잠자는 사물 위에 쌓인 먼지가 가볍게 동요한다. 그리고 몇몇 지인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모두들 안녕하신가요?' 그들의 안녕보다 내 안녕을 먼저 챙겼던 지난 시간이 타로카드처럼 책상 위에 펼쳐졌다. 어쩔 수 없었다. 타인을 돌볼 겨를이 없었으니.... 올 초에 나는 엄마를 잃었잖은가. 고아에게 안녕을 바랄 만큼 욕심 많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나는 함부로 생각했다. 변명치고는 고약하긴 하지만, 가끔 휘몰아치는 죄책감을 막아주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 세상에는 아직 고아를 연민하는 정도의 따뜻함은 남아 있을 테니. 정오에 가까워지면서 기온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오후에는 수홍 형에게 전화가 와서 술 한잔했다. 갈매기로 가지 않고 경희네로 가서 1차를 했고, 시간이 남아 돌아오는 길에 갈매기에 들러 한 잔 더 했다. 1차에서 많은 술을 마셨지만, 지나치는 길에 텅 빈 갈매기를 보는 순간 마음이 안 좋았다. 매상을 올려주자는 생각으로 갈매기에 들어가 먹지도 않을 안주를 두 개나 시켰다. 남은 생굴은 싸달라고 해서 가져왔다.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할 수 없지. 이 마음의 오지랖이 어디 하루이틀이었던가. 날은 어제보다는 다소 풀렸지만 여전히 쌀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