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소설『듄』완독!

달빛사랑 2021. 12. 20. 00:29

소설 『듄』을 완독했다. 물론 ‘듄’ 자체의 이야기가 6권에서 완결된 건 아니다. 프랭크 허버트는 안타깝게도 병을 얻어 6권까지밖에 쓰질 못했다. 6권까지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흥미로웠지만, 방대한 ‘듄’의 세계를 창조해 낸 작가가 직접 마무리하는 대서사의 결말을 보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게 된 것은 너무 안타깝다.

 

6권에서는 전권을 통틀어 (내가 생각할 때)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인 베네 게세리트 최고 대모 오드레이드가 죽음을 맞는다. 그녀는 자신의 교단이 무척이나 경계하는 사랑과 정념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한다. 오드레이드 뒤를 이어 최고 대모가 된 위대한 명예의 어머니 출신 무르벨라 또한 기존 교단의 대모와는 다르게 열정과 사랑, 정념을 인정한다. 그녀가 최고 대모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본 오드레이드의 철두철미한 계획이 있었다.

 

이 부분을 보면서 문득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전쟁』이 생각났다. 수도원 내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배후인 호르헤 신부가 연쇄 살인을 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수도사들 내부에 경박한 신앙이 번지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박한 믿음을 조장할 수 있는 텍스트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등장하는데, 이 대목은 무척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튼 윌리엄 신부와 논쟁을 벌이던 호르헤 신부는 고대의 장서가 소장되어 있던 도서관에 불을 지르게 되는데, 지나치게 교조주의화 된 신앙의 화신 호르헤 신부의 모습과 소설 『듄』에 나오는 베네 게세리트 교단의 순혈주의는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소설은 단순히 재미만을 염두에 둔 소설이 아니라 믿음의 본질, 권력과 인간, 민주주의, 예술에 대한 관념 등에 대한 꼼꼼한 인문학적 보고서이자 신랄한 풍자라는 걸 확인하게 되는 대목이다.

 

 

『듄』 6권을 완독하는 데 꼬박 두 달이 걸렸다. 다른 업무를 보면서 틈틈이 읽어야 했고, 눈이 침침해 4권부터는 책 전부를 스캔해서 읽어야 했으므로 시간이 좀 걸린 것이다. 하지만 보통 소설에 견준다면 『듄』 은 소설 10권 이상의 분량이다. 그렇다면 두 달 만에 소설 열댓 권을 읽은 것이니 지나치게 더뎠던 것만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두 달 동안 정말 손에 땀을 쥐었고 밤잠을 못 잤으며 안타까운 죽음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우도 많았다. 한동안은 이 소설의 인물들과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사람들과, 폴 무앗딥, 레토 2세, 게네 베세리트 대모들, 레이디 제시카, 오드레이드, 루실라, 무르벨라, 마일즈 테그, 던컨 아이다호, 시오나, 시이나, 위대한 명예의 어머니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인물의 삶과 함께한 두 달간의 여정, 재밌고 의미 있었다. 여전히 멜란지 스파이스 냄새가 나는 듯하다. 사막의 모래가 내 책상 위에 날아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