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일요일(맑음) : 미역국 유감

달빛사랑 2021. 11. 28. 00:37

 

냉동실에서 돼지고기를 꺼내 냉장실로 옮긴 후 미역국을 끓였다. 점심이나 저녁에는 김치찌개를 끓일 생각이었다. 나는 미역국을 좋아한다. 자주 먹지만 질리질 않는다. 끓이기도 쉽고 건강에도 좋다. 소고기를 넣어 끓인 미역국만큼 깊은 맛은 아니지만, 조미료와 양념을 통해 그런대로 맛을 낼 수 있다.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으로도 좋고 반찬 없을 때는 미역국에 김치 하나면 한 끼로서 충분하다. 생각해 보면, 인생에서는 자주 미역국을 먹지 않았다. 그것이 어떤 종류였든 시험에서 떨어져 본 적은 거의 없다. 대학도, 직장도, 심지어 운전면허조차도. 그러나 사랑에서는 여러 번 미역국을 먹었다. 정확히 말하면, 겁을 먹었던 것 같다. 책이나 영화에서 배운 완벽한 사랑을 현실에서 찾기도 했는데, 그런 사랑이 가능할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그러니 심하게 상심하고 겁먹고, 자주 망설이다 사랑을 놓치는 일이 반복되는……. 결국 나이 들면서 모든 게 귀찮아지고 연애 세포는 나의 열정을 기다리다 고사했다. 과연 내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영 자신이 없다. 심지어 ‘어디 사랑이 남녀 간의 사랑밖에 없다더냐?’라는, 호기(豪氣)보다는 차라리 애처로움에 가까운 질문이나 던지고 있으니, 이거야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