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심사, 그리고 갈매기
모 기관 계약직 직원 채용 면점 심사를 다녀왔다. 채용 심사를 마치고 나면 늘 마음이 불편해진다. 새로운 인재를 뽑는 일이기도 하지만, 절박한 심정의 젊은이들 다수에게 상실감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원서류에 기재된 내용 전부를 믿을 수는 없겠지만, 자기소개서와 자격증, 경력과 경험을 살펴보면 지원자 전부 훌륭한 인재들이다. 그들은 어떤 직장에 가더라도 아마 훌륭하게 제 몫을 해낼 젊은이들이다. 심사위원들 앞에서 너무 긴장해 헛기침을 해대거나 침이 마르기 때문에 혀로 입술을 핥는 모습을 볼 때는 아들 수현이가 생각나기도 했다. 필기 시험에 합격해놓고 큰 결격사유가 없다면 90% 이상 합격이 보장된 법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아들이 새삼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심사할 때 절박함과 적극성, 다시 말해 의지를 주로 본다. 지원자들의 스펙이 크게 다르지 않고, 업무에 대한 이해도나 사전 지식의 수준이 비슷할 때, 선발 주체의 판단은 함께 일하기 편한 사람, 그리고 일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사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부족한 업무 지식은 가르쳐주고 배우면 될 일이다. 아무리 화려한 스펙을 지녔더라도 해당 기관과 함께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하고 입사(일을 하겠다는)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면 심사위원(해당 기관의 내부 인사도 심사에 참여한다)들은 그 지원자를 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내 판단을 다른 심시위원들에게 밝혔더니 모두가 동의해 주었다. 그래서 위원들 사이에 별다른 이견 없이 한 직원을 뽑을 수 있었다. 그 젊은이가 계약직이라는 자신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채용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주었으면 좋겠다. 가끔 계약직으로 들어와서 정규 직원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 앞으로 그 젊은이의 앞날이 꽃길이었으면 좋겠다.
청사로 복귀해서 인사말 서너 개를 정리한 후, 약속 때문에 일찍 퇴근하는 박 보좌관의 차를 얻어 타고 갈매기에 들렀다. 혁재는 테이블에 앉아 젓가락과 숟가락에 일회용 위생 커버를 씌우고 있었고, 주방에서는 어머님과 딸, 사장 내외까지 네 명이서 김장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장 내외가 정신없으니 혁재가 잔일을 도와주고 있었던 모양이다. 송명섭 막걸리 세 잔을 마셨을 때, '오늘따라 희한하게 술이 당기질 않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혁재에게도 한 병만 더 마시고 나는 먼저 일어나겠다고 말했다. 심사하면서 아마도 정신적 에너지를 너무 소진했던 모양이다. 수요일이라 내심 '혹시 조구 형이 오시질 않을까' 생각했는데, (최근 형은 수요일에 갈매기에 들르곤 한다), 혁재 말이, 잠시 후 7시, 조구 형과 근직이를 만나기로 했다는 것이다. 건강도 걱정되고,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먼저 세만이 형이 15분 전에 도착했고, 7시 5분쯤 조구 형이 들어오셨다. 표정이 밝아 보여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갈매기에 단체 손님들이 꾸역꾸역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이내 빈자리가 없이 홀이 꽉 찼다. 시끄러운 걸 싫어하시는 조구 형으로서는 기함할 일이었다. 다행히 형은 별실을 예약해 두셔서 우리끼리 조용하게 술마실 수 있었다. 7시 30분쯤 근직이가 도착. 오늘 술자리는 작년부터 작업한 유튜브 영상 업로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던 모양이다. 별실에서도 나는 새롭게 나온 안주 서너 점을 먹었을 뿐, 술은 두 잔을 채 마시지 못했다. 조구 형을 만났는데도 술이 들어가질 않았다. 근직이 처까지 6명이 모였을 때, 새 안주가 들어왔다. 8시 30분쯤 후배 정웅이가 합석했다. 작업한 분들끼리 뭔가 할 이야기가 있을 듯 싶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철 타러 가는 길, 생각보다 날씨는 춥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