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점 갈매기의 꿈 14주년 | 익숙한 만남들
갈매기가 개업하는 날, 축시를 낭독해 주었는데 그게 벌써 14년 전이다. 세월 참 빠르다. 그 사이 갈매기를 통해서 많은 친구를 만났고, 내 신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친구로 인해 엄청난 시련을 만나 맘고생을 수년간 하기도 했고, 소년이었던 아이가 군대를 다녀와 취직했으며, 나도 민예총의 상임이사와 작가회의 회장, 문화재단 이사 등을 역임하며 인천 문화판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또한 느지막이 시집을 출간했으며 작년에는 공무원이 되어 교육청에서 근무하게 되었고 올 초에는 엄마를 잃었다. 내 몸에도 변화가 있었다. 얼굴에는 주름이 늘었으며 각종 약을 먹기 시작했다. 14년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었다. 그 세월 동안 나는 갈매기에서 쓸쓸함을 달래기도 했고, 벅찬 기쁨을 나누기도 했으며 엄마를 외롭게 만들기도 했다. 중년의 삶을 갈매기와 함께했고, 장년의 시간도 갈매기와 더불어 흐르고 있다. 갈매기는 단순한 술집이 아니라 소통과 해우의 공간이 되었다.
오늘 갈매기에는 나만큼이나 추억이 많은 손님이 가득했다.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나는 대청도에서 나온 김윤수 선생과 교육 연극을 기획하는 후배 화정이를 만났다. 후배의 프로그램을 대청도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김 선생과 연결해 준 것이 인연이 되어 오늘 만난 것이다. 후배는 대청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김 선생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워했다. 사람 좋은 김 선생은 분명 자신이 하지 않아도 되는 궂은일은 물론이고 활동을 위한 많은 편의를 제공했을 게 분명하다. 그렇게 또 하나의 인연이 만들어진 것이다. 두 사람을 연결해준 나도 뿌듯했다.
연극배우 강성숙을 만나기도 했다. 다음 주부터 무대에 오르는 연극 ‘갈매기’의 주연을 맡았다고 한다. 그녀는 극단 후배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주연을 맡은 강 배우는 무척 들떠 있었다. 평소에도 말이나 행동이 연극적인(표정이 풍부하고 말투도 연극 대사 같은, 그러나 그게 과하다고 느껴지기보다는 무척 자연스러운) 후배는 많은 사람 앞에서 배우의 말투로 “여러분, 저 이번에 시립극단 작품인 ‘갈매기’에서 주연을 맡았답니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라며 마치 공연하듯 제 자리에서 빙글 돌며 자신을 소개해 박수를 받았다. 우리 일행은 그런 그녀의 행동을 보면서 배꼽을 잡았다. 안톤 체호프의 장편 ‘갈매기’는 이미 수많은 연출자에 의해 무대에 올려진 작품이다. 강 배우가 해석한 ‘갈매기’는 어떨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