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금요일, 갈매기에서

달빛사랑 2021. 9. 10. 00:14

 

흰색 술에 흰색 안주,

검은 마음이라. Black&White,

이런 촌스럽고 뻔한 contrast라니,

가을이 빨리 깊어

붉고 노란색들을 만났으면 좋겠군.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물어보는 말, “다음 시집은 언제 나와요?” 나에게 우호감을 드러내려는, 그야말로 ‘언어의 친교적 기능’의 질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러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다소 곤혹스럽다. 작품이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생산’되는 것도 아니고, 또한 작가나 시인은 늘 ‘다음’ 작품집을 염두에 두면서 창작하기 때문이다. 작가들에게는 늘 ‘올해 안에 내는 것’이 바람이다. 다만 여의치 않을 경우, 그 ‘올해’가 길어질 뿐. 가끔 자신의 창작 패턴을 잘 아는 작가는 다음 작품집의 발행 일정을 비교적 정확하게 말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조차도 작품을 쓰고 모아둘 때는 늘 마음속으로 ‘올해 안에 출간’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작가 중에서 자신만 감상하겠다며 창작물을 창고나 작업실에 방치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늘 독자와 관람객, 청중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그러니 묻지 않아도 때가 되면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감상자와 만나게 해주고 싶은) 본원적 충동으로 말미암아 그간의 창작물을 공개하게 될 것이다. 독자(예술작품 감상자)들에게도 작가들에게도 기다림의 미덕(가끔 작가들은 미학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