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오랜만에 만난 청명한 가을 하늘

달빛사랑 2021. 9. 8. 00:12

 

택아, 잘 지내니? 오늘 8시 10분쯤의 라디오에서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들었어. 내가 구겨진 휴지처럼 방치되곤 하던 술자리, 자리마다 네가 웃으며 들려주던 노래. 문득 네가 사는 진안, 엄마의 굽은 등을 닮은 능선이 떠올랐어. 보고 싶어. 나도 요즘은 오후 두 시의 풍경처럼 자주 쓸쓸해.

 

 

 

저녁에는 갈매기에 들러 사람들을 만났다. 사람들을 만나러 간 건 아니지만, 늘 그렇듯 그곳에 가면 사람들을 만난다. 보고 싶었지만 오래 볼 수 없었던 사람도 만나고, 엊그제 만났던 사람도 다시 만나고, 보기 싫지만 내가 갈 때마다 만나는 사람도 있는 곳이 바로 갈매기다. 거리두기 4단계가 무색하게도 어제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다행히 모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있었다. 그래서 평소보다 1병 정도 더 마셨다. 함께한 사람들의 술값을 계산해 주고 싶었으나, 사용금액의 15%가 적립되는 예술인 이음 카드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내 술값만 외상으로 달아놓았다. 내일 생일이라고 근직이가 와인을 선물로 주었다. 무척 감동스럽고 고마운 일이었지만, '안 주고 안 받기 운동본부'의 본부장을 자임해 온 나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다. 물론 고마움이 훨씬 크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