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의 아침 풍경, 그리고 갈매기
아침 일찍 청사에 나왔다. 도착하니 7시, 수많은 차로 붐비는 청사 주차장엔 서너 대의 차들만 주차되어 있었다. 차가 없는 청사는 무척 말끔하고 넓어 보였다. 현관을 들어서자 당직실 직원은 잠이 덜 깼는지, 기지개와 함께 크게 하품을 하다가 나에게 눈인사를 보냈다. 미화원 아주머니는 물이 든 양동이와 대걸레 들고 계단을 내려오다 나를 보자 꾸벅 인사를 했다. “아침부터 수고가 많으시네요” 하며 나도 환하게 웃어주었다. 아주머니는 수줍은 듯 살짝 웃으며 총무과 쪽으로 걸어갔다. 나처럼 일찍 출근한 직원이 열었는지 청소를 위해 아주머니가 열었는지 알 수 없지만, 2층 체육건강교육과와 3층 3국장실 출입문은 열려있었고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서서히 깨어나는 청사의 아침 풍경이 이제는 제법 익숙하다.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공기청정기를 켠 후,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했다. 컴퓨터를 켜니 정해진 프로그램으로 PC 의 보안검사를 하라는 팝업창이 크게 떴다. 1차 검사 결과는 80점, ‘즉시 조치’ 버튼을 클릭하고 윈도즈를 업그레이드했더니 100점이 나왔다. 이 점수는 자동으로 정보 보호팀으로 전송될 것이었다.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켠 후 빈 통에 물을 받아다 난초 화분을 담가 놓았다. 동양란은 저변 관수(灌水)를 해야 해서 일주일 한 번씩은 이렇듯 물이 든 통에 한 시간가량 넣어두어야 한다. 유튜브에 들어가 세미 클래식 음악을 작게 틀어놓고 커피를 마셨다. 분주한 청사의 하루 중 이 시간이 나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8시쯤 되자 5일간의 휴가를 보낸, 충청도 아저씨 박 모 보좌관이 “다들 잘 지냈어유?:” 하며 도착했고, 30분 후에는 노동특보인 보운 형이 도착했다. 월요일이 대체 휴일이었던 탓에 모두가 오랜만에 만난 느낌이었다.
저녁에는 다시 갈매기에 들렀다. 얼마 전, 갈매기에서 만났을 때, 오 모는 술에 취해 “형, 100만 원만 통장으로 넣어주세요. 낼 계좌번호 보낼게요. 주실 수 있지요? 나는 꼭 형에게 100만 원을 받아야겠어요.”라는 말을 반복했었다. 물론 다음날 후배 오 모는 계좌번호를 보내지 않았고, 연락도 없었다. 오늘 갈매기에 간 건 그 때문이다. 혹시 그를 만나면 왜 돈을 달라고 한 건지 묻고 싶었다. 정말 필요했기 때문인지, 그것조차도 술주정의 하나였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 모는 없었다. 갈매기 종우 형에 따르면 갈매기에 안 들른 게 사나흘 됐다고 했다. 다만 그가 왜 돈이 필요했는지를 추측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종우 형에게 들었다. 얼마 전 동화마을로 이사하게 된 후배 류 모가 돈이 부족해 집수리를 못 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렇다면 오래전부터 류의 공사를 도와줘 왔던 오 모가, 공사비를 마련해 친구에게 주려고 돈을 융통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게 나의 추측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오 모는 술에 취하면 종잡을 수 없는 말과 제안을 해대는 주사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전자라면 도와줄 용의는 있다. 그들은 새로 이사하게 될 류 모의 집 1층에 조그마한 카페를 만들어 장사하려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이어서 카페를 내면 용돈벌이는 될 듯 싶은데...... 아무튼 내일까지 연락이 오지 않으면 내 쪽에서 연락해 볼 생각이다.
앗, 빗소리 들린다.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