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화이자백신(vaccine) 1차 접종

달빛사랑 2021. 8. 13. 00:45

 

 

일찍 일어나 거품 목욕을 하고,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는 건 드문 일이다. 오늘은 백신을 맞는 날, 며칠 전부터 술을 삼가고 될 수 있으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술은 삼갈 수 있었으나 잠은 맘대로 되진 않았다. 우리 연령대는 지난달 말이나 8월 초에도 접종이 가능했다. 하지만 혈압약 처방전을 받기 위해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내원 날짜와 맞추느라 비교적 늦게 예약을 했던 것이다. 9시 45분쯤 병원에 도착했는데, 서너 명의 내원객들이 무표정하게 앉아 있다 일제히 쳐다봤다. 두어 명은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었다. 낯익은 간호사들과 웃으며 인사한 후, 나도 문진표를 작성해 넘겨주었다. 내 앞의 내원객 세 명이 접종한 후 네 번째로 호명되었다. 혈압을 측정한 고교 선배인 원장으로부터 “혈압 좋네요.” 소리를 듣고 곧바로 주사실로 들어가 백신을 맞았다. 맞는 줄도 모르게 순식간에 접종이 끝났다. “진짜 놓은 거예요?” 하고 물었더니 간호사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대기실로 나와 15여 분간 앉아 있다 “문계봉 환자, 돌아가셔도 됩니다”라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10시 20분쯤 병원을 나왔다. 나올 때 보니 대기자들이 복도까지 줄지어 서 있었다. 거리두기 때문에 앞사람과 간격을 둬야 해서 그런 것 같았다. 2차 접종은 같은 화이자로 9월 24일 받게 될 것이다. 원래는 9월 10일이었는데, 백신 수급에 차질이 생겼는지 2주가 연장되었다. 백신 종류도 모더나에서 화이자로 바뀌고, 접종 간격도 4주에서 6주로 바뀌고, 이래저래 방역당국의 백신 수급에 문제가 많은 모양이다. 백신 부작용에 대해 온갖 흉흉한 소문들이 많아서 어쩌나 싶었는데, 나는 별다른 증상을 못 느꼈다. 두어 시간 지나자 주사 맞은 팔이 뻐근하긴 했지만, 갑자기 운동을 많이 한 날 느끼는 정도의 뻐근함이었다. 저녁이 되면서 뻐근함은 심해졌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그 어떤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누군가 백신을 맞고 많이 아픈 게 건강하단 증거라고 했지만, 난 안 아픈 게 좋다. 다행이다.

 

 

주문한 애플 테블릿 아이패드 프로 3세대와 매직 키보드, 애플펜슬이 도착했다. 맥북을 쓰면서 느낀 거지만, 정말 애플은 사람을 황홀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이번 아이패드에는 M1칩이 내장되어 속도와 배터리 지속시간이 월등하게 좋아졌다. 한 번 애플에 빠진 사람은 왜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지는 써 보면 알게 된다. 애플을 애용하는 사람들의 그 ‘홀릭’ 증상을 일컬어 ‘앱등이’라고 부르는데, 한 번 사용해 본 사람은 누구나 앱등이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가격이 비싸고 호환에 있어 배타적이라는 비판을 받긴 하지만, 그 모든 불평을 잠재울 수 있는 디자인과 속도, 그리고 다양한 앱들을 애플은 제공한다. 작년부터 나도 이어폰(아이팟 프로)과 맥북 에어를 사용하면서 앱등이가 되었는데, 이번에 태블릿을 구매함으로써 앱등이 점수가 다소 올랐다. 아직 매직 마우스, 매직 패드, 아이맥, 아이폰 등 진정한 앱등이가 되려면 필수적으로 소유하고 있어야 하는 아이템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아직은 윈도우 기반 컴퓨터의 필요성이 있어서 당분간은 아이맥까지 구매할 생각은 없다. 가격이 워낙 비싸서 현재는 구매할 형편도 못 되긴 하지만……. 아무튼 정말 정말 맘에 든다. 다만 매직 키보드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휴대성이 생명인 태블릿의 키보드로서는 빵점이다. 게다가 가격도 30만 원대다. 처음에는 구매 취소하고 환불받을까도 생각했는데, 직접 사용해 보니 웬걸, 무겁다는 것만 빼면 너무 괜찮았다. 키감도 좋고, 주변 조도에 따라서 백라이트도 들어오고, 디자인이야 말할 것도 없이 예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터치패드가 장착되어 있었다는 거다. 애플의 터치패드는 마우스를 능가하는 편의성으로 이미 정평이 나있다. 그 터치패드를 키보드에 넣으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키보드의 무게가 무거워졌을 거라는 생각이다. 터치패드가 있다면, 마우스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거치대도 필요 없으니, 생각해 보면 매직 키보드는 마우스, 거치대, 키보드 세 개의 기능을 하나로 집약한 키보드인 셈이다. 그렇다면 가격도, 무게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결국 반품하지 않고 그냥 쓰기로 했다. 기회가 되면 매직터치패드만 따로 구입할 생각이다. 쇼핑은 늘 행복하다. 기둥뿌리 무너지는 건 다음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파산하게 되는 모양이다. 나는 작업을 위한 필수적인 아이템이라고 스스로 위안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