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흔적 혹은 기억의 역습

달빛사랑 2021. 8. 5. 01:32

 

엄마의 생전 휴대 전화가 해지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동사무소에 사망신고를 할 때 직원으로부터 은행이나 보험회사 등등 엄마가 가입되어 있던 모든 기관에 엄마의 사망 사실을 통고한다는 말을 들어서 당연히 통신사에도 연락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닌 모양이었다. 통신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1월부터 7월까지의 밀린 요금 39,000원과 해지 위약금 43,000원이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엄마의 경우는 고령의 노인이셨고, 사전 해지도 사망으로 인해 불가피한 것이어서 면제해 주겠다는 것이다. “아, 그래요?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애초의 짜증이 감동으로 변한 목소리로 고마움을 전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그럼 그냥 면제해 주면 되지 왜 굳이 연락한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통신사도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인데, 고객에게 생색을 낼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고마웠다. 덕분에 다시 한번 엄마의 휴대 전화를 꺼내 보게 되었고, 엄마의 사진을 보게 되었으며, 엄마의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게 되었다. 서너 달 동안 꺼져 있던 휴대 전화를 다시 켰더니 서너 통의 문자 들어와 있을 뿐, 부재중 전화는 없었다. 엄마의 삶이 생전에도 무척 쓸쓸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먹먹해졌다. 엄마의 기억은 이렇듯 순간순간, 처처에서 튀어 오른다. 고마운 일이지만, 마음이 무너지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