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콩국수의 시대가 도래했도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콩국수를 먹었다. 청사 후문 쪽에 있는 단골 칼국숫집에서 얼마 전부터 계절 메뉴인 콩국수를 개시했다. 서리태를 갈아서 만든 국물에 쫄깃한 식감의 콩국수용 면발이 담겨 나왔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뽀얗고 걸죽한 콩국을 보는 순간 엄마 생각이 났다. 생전 엄마도 콩국수를 무척 좋아하셨다. 말년에는 콩이 통풍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따라 드시기를 삼가셨지만, 엄마는 나에게 직접 콩을 갈아 콩국수를 끓여주기도 하셨다. 내가 면을 워낙 좋아해서 집에서도 자주 칼국수나 잔치국수, 냉면을 끓여 먹었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너를 뱄을 때, 내가 먹을 게 없어서 밀가루 음식을 자주 먹었더니 너도 이렇게 가루 것을 좋아하는구나”라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땀을 많이 흘리는 것에 관해서도 “어릴 때 젖이 부족해 배부르게 먹이지 못했더니 네가 그렇게 골아서 땀을 많이 흘리는구나”라고 말씀하시며 쓸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사실 나는 교통사고를 크게 당한 95년도 이전에는 지금처럼 땀을 많이 흘리지 않았다. 사고 이후 신체상 뭔가 리듬과 균형이 깨졌는지 그때부터 땀을 많이 흘리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엄마의 젖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라 사고 때문일 텐데도 엄마는 늘 입버릇처럼 자신을 탓하시곤 했다. 자식에게 뭔가 안 좋은 건강의 징후가 나타나면 부모는 일단 자신을 탓하는 게 상정(常情)인 모양이다. 70대의 엄마는 아이스크림도 좋아하시고 고기도 잘 드시고 국수도 좋아하셨는데, 고혈압과 당뇨와 부정맥을 진단받아 병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의사가 안 좋다고 말을 하는 모든 음식의 섭취를 포기하셨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 나면 항상 한 시간씩 실내 자전거를 타시며 운동을 하셨다. 그래서 당뇨도 본인의 운동으로 조절하셨다. 그건 대단한 의지였다.
오늘 콩국수를 먹고 나오며 엄마 생각에 한참 동안 가슴이 먹먹해졌다. 엄마 잘 계신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