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엄마 생신, 묘역을 다녀오다

달빛사랑 2021. 7. 1. 00:39

 

 

엄마 가시고 난 후 돌아온 엄마의 생신. 엄마는 지난 1월 이곳의 삶을 정리하고 하늘나라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셨다. 그러니 엄마의 새로운 생신은 이제 1월이다. 그래도 부모 자식의 정리는 단순한 게 아니라서 낡은 생신을 맞는 마음도 만만찮게 먹먹하다. 동생 내외는 10시쯤 도착해 나를 픽업했다. 마침 시간이 난 작은누나도 동행했다. 오전부터 날씨는 부글부글 끓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공원 입구에서 빨간색 조화(造花) 한 다발을 15,000원 주고 샀다. 더 싼 것도 있었지만 맘에 들지 않았다. 밝은 꽃은 때가 잘 타 짙은 색 꽃을 골랐다. 빨간색 사이사이 흰 꽃이 섞여 있어 보기 좋았다. 꽃을 본 엄마 얼굴도 꽃처럼 빨갛게 물들었을 거다. 봉분 주변의 잡초를 뽑고, 짧은 기도를 드린 후 함께 계신 아버지의 안부도 물었다. 늘 묘역에 들를 때마다 엄마의 안부만 표나게 물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원체 말이 없는 양반이시라 그냥 소리 없이 웃으셨을 거다. 혹시 “이제야 알았니? 그동안 무척 서운했다.”라고 말씀하셨을까. 햇볕이 무서워 대형 골프 우산을 가져갔지만,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아 무척 더웠다. “곧 다시 올게요.”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3지구로 가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오랜만에 냉면이 먹고 싶어 늘 가던 ‘황해냉면’에 들러 물냉면과 빈대떡을 먹었다. 동생의 머리 모양이 달라 보여서 자꾸만 쳐다봤다. 전보다 숱이 많아졌고 깔끔해 보였다. 딴사람 같았다. 알고 보니 원인은 가발이었다. 대머리는 아니지만, 머리숱이 자꾸 빠져 신경 쓰였나 보다. 어리고 젊은 학생들을 상대하는 선생님이니 외모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잘 어울린다고,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격려해주었다. 실제로 가발을 쓰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보기 좋았다. 땀이 차고 탈착하는 불편함과 관리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 귀찮음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면 미용 측면에서 가발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대머리들만 가발 쓰란 법은 없는 거니까. 엄마 낡은 생일이지만, 축하드려요. 아버지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