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문화재단 방문ㅣ소나기를 피하다
연수문화재단이 의뢰한 모종의 심사를 위해 동춘동을 다녀왔다. 아침 10시, 연수구청 별관 3에 있는 연수문화재단에 도착했다. 담당 직원이 심사에 필요한 두툼한 서류 뭉치를 들고 맞아주었다.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직원 특유의 친절함이 느껴졌다. 재단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별관은 최근에 건축되었는지 실내 인테리어를 비롯한 제반 시설들이 무척 깨끗했다. 직원들이 사용하는 책상과 비품들도 탐날 정도로 윤이 났다. 직원들은 칸막이 없이 탁 트인 공간에서 모두 함께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무실 맨 끝, 심사 장소로 가는 동안 직원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견뎌야만 했다. 내가 심사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 몇 가지 서류에 사인을 한 후 시작한 심사는 1시간 40분 만에 끝났다. 위촉된 세 명의 심사 위원이 각각 다른 날 방문하여 심사하는 형식이라서 오늘은 넓은 책상을 나홀로 점유하고 심사를 했다. 각종 서류를 펼쳐놓기 좋았다. 새 건물의 성능 좋은 에어컨 때문에 심사하는 내내 쾌적했다. 심사를 마치고 참석 확인서에 최종적으로 사인하고 재단을 나오니 정오의 햇볕이 나를 맞았다. 오늘 근무는 출장 처리되어서 청사로 복귀하지 않아도 상관없었지만, 시청역까지 오면서 집으로 갈까 청으로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청으로 복귀했다. 점심시간이라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동료들에게 연락해 볼까 하다가 시간이 애매해 컵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비서실에 전화해봤더니, 공교롭게도 오늘 다른 보좌관들도 모두 출장과 외근이라 사무실로 복귀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혼자서 빈 사무실에 앉아 음악을 듣거나 공람 문건들을 확인하고 일찍 귀가했다.
집에 도착해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갑자기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엄청난 기세로 소나기가 쏟아졌다. 말 그대로 폭우였다. 1분만 늦게 도착했어도 길 위에서 폭우를 만났을 것이다. 참 공교롭다는 생각을 했다. 껄껄 웃으며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이 나를 보호하는군' 하며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엄마 방 창문이 열려있다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다. 처마 없는 벽쪽에 나 있는 창이라서 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오면 물이 들이치곤 하기 때문이다. 달려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비가 들이쳐서 매트 위에 깔아놓은 누비 패드가 조금 젖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볕이 날 때 밖에 널어놓으면 금방 마를 정도만 빗물이 튀었다. 거센 소나기는 15분 간 내렸다. 푸시식! 달궈졌던 아스팔트가 식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내리다 그쳤다. 하늘은 다시 본래의 얼굴을 되찾았다. 한여름에만 볼 수 있는 자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