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5월을 보내며

달빛사랑 2021. 5. 31. 00:29

 

왜 이리 한 달이 빨리 지나가는지, 시간이 물처럼 흐른다. 5월도 다 갔다. 한때 계절의 여왕이라 칭송받던 5월이었지만, 요 몇 년 사이 한반도의 기후가 아열대기후처럼 변해 버려서 5월은 늦봄과 초여름이 공존하는 시간이 되었다. 인천만 해도 보름 전 며칠은 한여름처럼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갔다. 봄은 5월의 초입에서 일찌감치 떠나버리고 이내 여름이 5월을 온전히 장악했다. 나에게는 무척이나 힘든 계절인 여름이 일찍 시작된 것이다. 계절은 짧은 봄과 가을, 그리고 긴 여름과 겨울로 바뀌었다. 봄은 변죽만 울리다 이내 사라지고 가을 또한 생색만 내다가 겨울에 자리를 일찍 내준다. 어쩌면 봄은 따뜻한 겨울이나 덜 더운 여름으로, 가을은 덜 더운 여름이나 덜 더운 겨울로 바꿔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아름다운 계절인 봄과 가을은 현재 그 존재감을 현저하게 잃었다. 이렇듯 4계절의 균형이 무너진 것은 인간의 탐욕이 부른 필연적인 결과라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인간은 세 들어 사는 주제에 지구 생태계를 제멋대로 파괴해왔다. 그러다 계절의 균형까지 망가뜨린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5월은 계절의 여왕으로서의 후광을 조금은 품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온화하고 바람도 심하지 않을 뿐 아니라 3, 4월에 핀 봄꽃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달이다. 대학은 축제를 열고 농부들은 모내기를 시작하고, 서둘러 꽃을 떨군 나무들은 신록을 달기 시작한다. 결혼하는 커플들이 제일 많은 달이기도 하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이 있어 가족과 주변을 새삼 다시 돌아보는 달이기도 하다. 5월이 지닌 계절의 광휘는 빛이 다소 약해졌을 뿐 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5월은 아름답다. 다만 한국 현대사는 5월의 아름다움을 액면 그대로 즐길 수 없게 한다. 그것은 큰 슬픔이자 안타까움이다. 너무도 많은 사람이 5월에 죽은 까닭에 5월이면 기일이 같은 많은 사람이 일제히 운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 품고 있는 가장 비극적인 역사라니...... 이렇듯 슬픈 역설이 지배하는 5월을 오늘 비로소 기꺼운 마음으로 보낸다. 박수하며 보낸다. 연민하며 보낸다. 5월의 슬픔은 그것대로 마음에 품고 다만 시든 아름다움만 아쉬워하며 보낸다. 이제 여름의 복판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