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비 내린 평범한 목요일
새벽에 일어나 어젯밤 술자리의 흔적을 정리했다. 혁재는 새벽에 먼저 집으로 돌아가고 작은 방에는 창길이 혼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내가 잠든 이후에도 한동안 술자리가 이어졌는지 내가 있을 때까지만 해도 없었던 맥주 캔들이 서너 개가 놓여있었다. 불편하게 쓰러져 자고 있는 창길이의 잠자리를 편하게 정리해 준 후 먹다 남은 음식과 빈 술병들을 치웠다. 시계를 보니 7시,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었더니 제법 굵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뒷정리를 마치고 창길이가 깰 동안 엄마 방에 누워서 sns를 살펴보다가 깜빡 다시 잠이 들었다. 9시쯤 깨서 창길이를 돌려보낸 후 다시 모든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켰다. 술꾼들이 왔다 가니 흔적도 예사롭지 않았다. 어제 창길이는 우리 집을 둘러보며 마치 새로운 아지트를 발견한 것처럼 들떠 있었는데, 음악을 좋아하는 녀석이 야밤에 술 마시면서 스피커의 볼륨만 지나치게 높이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비는 종일 내리다가 오후 늦어서야 잠깐 그쳤다. 어제 후배들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그런지 숙취는 없었다. 점심을 먹은 후 잠깐 낮잠을 자긴 했지만, 종일 명증한 상태로 보냈다. 두 편의 영화를 봤고, 문우들이 보내준 시집들을 오랜만에 꺼내 읽었다. 우중인데도 먼지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미세먼지 경고 어플이 잠깐씩 ‘양호’ 상태를 문자로 알릴 때마다 문을 열어 환기했다. 비 내리는 날이면 빈집에 홀로 앉아 쓸쓸하게 텔레비전을 보거나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계셨을 엄마가 생각나 마음이 안 좋다. 미안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비는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