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네트워크 자문회의
자문위원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여전히 나는 지식이 부족하다. 교육청 보좌관이라는 직책 때문에 참석하기는 하지만 이런 종류의 회의에 나갈 때면 나는 자문을 해 주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공부하는 쪽에 가깝다. 담당자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있으면 정말 교육청과 교육문화회관 주무관들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 놀라곤 한다. 다만 두 기관의 직원들은 공무원들이라서 그런지 하는 일에 대해 쓴소리를 듣는 걸 무척이나 못 견뎌 한다.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 속에서 생활하다 보니 체화된 습성이겠지만, 그들은 대체로 백화점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그것을 성과라 생각하며 칭찬받기를 원한다.
자신이 진행한 사업에 대해 칭찬받길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니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사업의 내실을 다지고 그 사업을 통해 조직이 성장하려면 비판에 대해서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사업 보고나 협의 과정에 참석해 보면 사업의 주체들은 해당 사업에 대한 전문가의 비판을 무척이나 두려워한다. 아마도 그것은 업무 고과와 연결되고 임금이나 진급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잘한 것에 대한 칭찬에 인색할 필요는 없다. 객관적으로 잘한 사업에 대해서 이해관계 때문에 비난하고 비판하는 일은 소인배나 할 일이다. 실제로 그런 부류가 많은 것도 ‘이 동네’ 분위기이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냉정한 비판과 진정성 있는 조언이 일반화될 때 사업 주체도 조직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못하니 사업 주체는 주체대로 타인의 비판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검토 주체들은 주체대로 자신의 발언 수위를 상대와의 친소 관계를 고려해 조절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 회의 역시 오래된 ‘그런’ 관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았다. 물론 나는 경험이 부족해 세세한 비판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고 앞서 말한 것처럼 요즘은 배우는 자세로 회의에 임하기 때문에 특별히 많은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관공서 사업 보고 때마다 경험하는 이런 종류의 분위기를 읽어내게 된 것도 하나의 성과이자 공부의 결과라고 할 수 있으려나.
회의가 끝나고 같은 공간(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연극까지 보고 가라며 운영부장이 강권했지만, 작품이 부모를 다룬 슬픈 내용이라서 차 보좌관과 문화재단 손 모 후배와 먼저 나왔다. 엄마를 보낸 지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아직 부모를 다룬 슬픈 연극이나 영화를 보기가 쉽지 않다. 근처에서 막걸리나 한잔하고 가자며 차 보좌관이 제안해서 정말 오랜만에 교육문화회관 바로 옆 참치 골목에 있는 막걸리집 ‘양산박’에 들렀다.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우리까지 합쳐서 두 테이블밖에 손님이 없었다. 오징어 데침과 어묵탕에 막걸리 두 주전자를 나눠 마시고 일찍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