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찾아온 후배들 | 부추김치
어젯밤 늦게 혁재와 그의 전처 선아가 찾아왔다. 신기시장 ‘이쁜네’에서 술 마시다가 영업시간 끝났는데 아쉬웠던 모양이다. 혁재는 전화를 걸어 대뜸 “형, 술상 좀 차려 줘요.” 했다. 좀처럼 연이어 술 마시지는 않는데, 후배 내외(?)가 굳이 연락해 찾아오겠다고 하니 어쩌겠는가. 10시가 넘어서 술상을 차렸다. 스팸을 굽고 구운 달걀을 잘라놓고 김치와 김부각을 식탁 위에 배설해 놓고 30분쯤 기다리자 막걸리와 맥주, 소주, 새우깡을 사 들고 두 사람이 들어왔다. 이혼한 부부가 이렇듯 자주 만나 술을 마시는 게 처음에는 희한했다. 이곳이 할리우드도 아니고. 두 사람 모두 성품이 착해서 법적으로 헤어졌어도 인생의 인연은 끊을 수 없나 보다. 아이들과 어울려 오늘 새벽 한 시까지 유쾌하게 술을 마셨다. 그들과 술 마시면 항상 재밌다. 혁재는 아침에 일을 가야하고 선아는 아들 준석이와 살기 때문에 술자리를 끝내고는 모두 귀가했다. 돌아가고 난 후 식탁을 치우고 쓰레기를 치우고 설거지해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깜빡 잊고 택시비를 주지 못했는데, 혹시 걸어간 건 아니겠지. 하긴 선아가 있으니 걱정이 덜 되긴 했지만……. 가끔 이렇게 찾아오는 후배들이 반갑고 좋다. 다만 아침까지 술자리가 이어져 다음날 일정까지 영향을 미치는, 그런 술자리는 싫다. 그래서 가능한 한 술자리가 끝나면 후배들을 집으로 보낸다. 다행히 후배들도 순순히 돌아간다. 가족들과 함께 살기 때문에 여행 중이 아니라면 외박은 그들도 삼가는 듯하다.
휴일을 맞은 누나가 부추김치와 오이김치를 담가주었다. 부추김치는 너무 짜서 먹을 수가 없었다. 누나도 민망해하며 근처 채소가게에 가서 부추와 배추를 한 묶음 더 사와 담가 놓은 김치에 넣고 버무렸다. 엄마도 생전에 누나의 김치를 맛볼 때마다 “걔는 왜 이렇게 모든 음식을 짜게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시며 누나의 음식 솜씨를 탓하곤 하셨다. 내가 봐도 몇 가지 음식은 누나보다 내가 훨씬 잘하는 것 같다. 부산대 앞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식당까지 했던 분이 간을 왜 그리 못 맞추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식당 음식의 간이 원래 세긴 하지만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나도 비교적 짜게 먹는 사람인데, 내가 짜다고 느낄 정도라면 보통 사람에게는 무척 짜다는 증거다. 그래도 ‘응급처치’ 덕분에 먹을 만하게 되긴 했다. 고맙게 먹어야지. 오전부터 동생을 위해 김치를 담가주는 마음만은 고맙고 아름다운 마음 아닌가. 고마워요. 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