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부활절ㅣ후배의 따뜻한 마음

달빛사랑 2021. 4. 4. 11:11

 

 

6시쯤 일어났다. 오늘은 부활절, 엄마가 계셨다면 모시고 교회를 다녀왔을 것이다. 부활절은 기독교에서는 매우 큰 행사다. 기독교 신앙의 출발점은 부활에 대한 믿음이다. 원죄를 대속하신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한다면 기독교 자체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 교회는 부활절을 절기상 춘분(春分) 후의 최초의 보름달 다음에 오는 첫째 일요일로 지키고 있다. 이는 서기 325년 제1차 니케아 공의회에서 결정된 것으로, 유대인들이 태음력을 따랐기 때문에 양력과 음력이 조합된 날짜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매년 정해진 날이 없이 3월 22일부터 4월 25일 사이에서 결정된다.

 

기독교에서는 부활절 40일 전부터 사순절이라 하여 금욕과 참회의 시간을 갖는다. 예수가 광야에서 40일간 금식한 것을 기념하며 그의 고난에 동참하는 기간이다. 사순절 기간 내내 교회에서는 다양한 예배와 행사를 진행하며 부활절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신도들도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특별 새벽예배를 다녀오거나 감사헌금을 준비한다. 엄마가 생존해 계셨다면 모아 둔 용돈을 모두 털어 부활절 감사헌금을 준비했을 것이고 부활절 당일에는 교회에 나가 성만찬 예식에 참여하여 나를 비롯한 자식들의 안위와 부탁받은 중보기도를 절실하게 드렸을 것이다. 다른 날은 몰라도 부활절만큼은 나 역시 엄마와 함께 감사예배에 참석해 왔다. 그리고 돌아오면서 식당에 들러 함께 점심을 먹곤 했다. 소일거리 없던 엄마로서는 일 년에 서너 번 있는 기독교의 큰 행사가 기꺼우셨을 것이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오신 엄마시니 지금쯤은 하늘나라에서 진정한 부활을 경험하셨을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항상 든든하다. 살아계실 때도 늘 나의 안위를 위해 기도를 하신 분인데,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걸 직접 확인하신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나를 위해 얼마나 더 걱정하고 기도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마음을 쓰시겠는가. 물론 이곳에서나 하늘에서나 늘 나를 걱정하게 만든 점은 죄송스럽지만, 그게 부모의 본원적인 마음이자 운명인 걸 어쩌겠는가. 다만 엄마와 아버지의 뜻에 어긋나는 삶을 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 운명적으로 불효자일 수밖에 없는 자식들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누나가 집에 부활절 달걀 4개를 가져왔다. 예전에는 삶은 달걀을 나눠줬는데 요즘에는 맥반석에 구운 달걀을 나눠주는 모양이다. 쫀득쫀득하고 고소하긴 한데, 나는 그래도 삶은 달걀이 좋더라. 그리고 오후에는 후배 조근직이 배추김치 2포기와 고추절임, 파김치, 국수 대용량 한 봉지를 가져왔다. 연수동 자신의 엄마 집에서부터 나를 주려고 일부러 그것을 가져온 마음이 봄햇살처럼 따사롭다. 잠시 울컥했다. 참 착한 후배, 근직! 내 주변에는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나도 베풀면서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