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터는 모두 전쟁터다
사람이 모이면 전쟁(싸움)은 필연적인가. 더 많이 갖기 위한 전쟁, 더 많이 덜어내기 위한 전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전쟁,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전쟁, 전쟁을 멈추기 위한 전쟁, 힘의 우위를 확인시키려는 전쟁, 교리를 위한 전쟁,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전쟁, 얼굴색 때문에 벌이는 전쟁, 형제를 지키기 위한 전쟁, 형제를 쳐내기 위한 전쟁, 살기 위한 전쟁, 죽음과의 전쟁, 사랑으로 인한 전쟁, 타인과의 전쟁, 자신과의 전쟁, 집단 간의 전쟁, 개인 간의 전쟁, 소모적인 전쟁, 제로섬인 전쟁, 공멸하는 전쟁, 유한한 생명이 결국은 패배할 수밖에 없는 죽음과의 전쟁까지 모든 생명은 전쟁 중이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전쟁을 치른다. 본능적이다. 살아남으려면 매 전쟁에서 승리하거나 대상과 자신 사이에 힘의 균형을 유지해야만 그나마 다음 싸움을 기약할 수 있다. 오늘 나는 피로와의 전쟁을 시작으로, 침침해진 눈과 혈압과 고지혈과의 전쟁을 위해 세 알의 약을 먹으며 전의를 불태웠다. 출근 전장은 비교적 소강상태였다. 교육청 안에서는 욕망과 욕망이 피를 튀기며 부딪치는 치열한 전쟁들이 서너 개 벌어지고 있었다. 현 교육감의 비토세력들은 자신들과 우호적인 언론 매체를 동원해 말도 안 되는 견강부회의 논리로 교육청과 교육감에 상처를 입히려는 시도를 해왔으나 잘못 조준한 탓에 공격은 허사가 되었다.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며 “병신들!” 하면서 잠시 웃었다. 다만 쓰레기와 전쟁 중인 교육청에서는 얼마 전부터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버젓이 종이컵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온 일반직 직원 두 명으로 인해 화가 나긴 했다. 도대체 공중도덕을 모르는 녀석들, 이제 그 녀석들과도 새로운 전쟁을 시작해야 하나. 먼지가 독가스 수준인 봄날이었다. 다시 난이 작은 꽃 한 송이를 피워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