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흐르는 날들⑦ : 미얀마를 위한 기도

달빛사랑 2021. 2. 28. 00:41

 

역사 속에서 폭군의 권좌가 영원했던 적은 없다. 복잡한 정치 지형을 사상한 채 표면에 드러난 폭력적 양상만으로 옳다 그르다를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폭력의 성격이나 형식과는 무관하게 자국 인민의 심장을 향해 총검을 겨눈 권력은 이미 도덕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고 머잖아 인민에 의해 버림받게 된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60년 4월 혁명이나 80년 5월 광주가 그것을 증명한다. 비록 5월 학살의 주범은 감옥 한 번 들어갔다 나왔을 뿐 단죄하지 못했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군사독재의 주역들은 법정에서 서거나 역사의 현장에서 구축되었다. 물론 인민이 흘린 피의 대가치고는 턱없이 모자란 처벌 수위였으나 적어도 그들의 철옹성은 파괴되었고 인민이 광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이제 총과 칼, 탱크와 장갑차로는 인민의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결코 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상식으로 만든 것이다.

 

지금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민주주의 압살과 인민에 대한 학살의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의 5월 항쟁이나 6월 항쟁이 생각난다. 아직도 군인이 권력을 저리도 쉽게 장악할 수 있고, 군부가 인민을 향해 서슴없이 총을 쏠 수 있다니, 미얀마의 허약한 민주주의의 현실에 연민이 든다. 이미 오래전 독재를 경험했고 그 독재 권력을 몰아낸 후 새로운 지도자와 더불어 민주국가 건설의 희망을 키워가던 미얀마에서 다시 또 군부가 정치에 개입하여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것이 무엇보다 안타깝고 애달프다. 물론 언젠가는 미얀마 인민들은 군부와 독재 권력을 몰아내고 다시 또 민주주의의 봄을 열어젖히겠지만, 그 힘들고 험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뒤따를 인민의 피의 희생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말 그대로 한 줌밖에 안 되는 저 파렴치한 정치군인들의 욕망을 위해 병사를 비롯한 미얀마 인민들은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할 것인가. 미얀마 인민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들이 믿는 신이 정녕 살아있다면 부디 깃발을 들고 광장으로 나선 저 인민들의 머리 위에 임재하시라.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는 당연한 사실과 폭력은 영원한 권좌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미얀마의 모든 인민이 깨달을 수 있게 하시라. 더는 인민의 피로 인민의 땅을 물들이게 하지 말라. 그들의 기도가 하늘에 닿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