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 : '미드나잇 버스'
시호 같은 착한 애인은 없지만, 나에게도 레이지 같은 속 깊은 아들은 있지. 영상도 대사도 음악도 좋았고, 두 시간 반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영화. 영화 속 미유키(주인공 리이치의 전처)의 집 거실에 있던 오디오는 정말 부럽더군.
“백조는 가족이 함께 날아간다네. 큰 무리를 짓지 않고 가족끼리 바다를 건너지. 백조도 하는 걸 왜 사람은 못 하는 걸까.”
| 케이조
“긴 터널을 나오니 당신이 있었어. 옛날과 똑같이 웃으며……. 옛날엔 못 봤던 게 보이더라.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만약 허락된다면 이 꿈을 계속 꾸고 싶었어. 당신은 참 따뜻해.”
| 미유키
언제부터인가 이런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다룬 일본 영화가 좋아졌다. 그러다 보니 좋아하는 감독도 생기더군. 애니메이션이야 오래전부터 재패니메이션의 덕후였지만, 요즘 새삼 일본 영화의 매력에 빠져 산다. 말 그대로 일본 영화는 자신들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을 어깨 힘 빼고 만들어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판타지나 SF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신비하거나 대단한 영웅들이 아닌, 자신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쉽게 말해서 "어랏, 저거 내 이야기인데...."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홍상수나 장율 감독처럼 현실에 밀착해서 초사실주의적인 작품을 만드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본 영화 중에서도 겉멋이 잔뜩 든 국뽕 영화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소소하고 잔잔한 영화만 놓고 본다면 우리보다 훨씬 양질의 영화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