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날들⑥ : 자연이 보낸 마지막 척후 혹은 사신, 미세먼지
코로나도 미세먼지도 사실 갑작스럽게 발생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로 말미암아 앞으로 우리에게 전개될 삶의 국면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부여받았고 동시에 그것으로 인한 고통과 위기가 동등한 것이 아니라 차별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코로나는 파국의 경계에서 인간에게 마지막으로 반성과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지닌 가공할 해악성은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바가 8할 이상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사막의 모래가 바람을 타고 넘어와 도시를 노랗게 물들이는 일이야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 미세먼지 안에 중금속을 비롯해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 포함되게 된 것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인간의 개발지상주의가 만들어 낸 결과임은 명백하다. 생활의 편리를 위해 자연을 훼손하고 지구상에 동거하는 이종(異種)들에게 주인도 아닌 주제에 주인 행세해온 인간이란 종의 이기심이 결국 오늘의 상황을 만든 것이다. 사막 위에 마천루를 건설하고 인공 강과 호수를 만들어 불야성의 도시를 건설한 인간은 자신들의 능력에 스스로 감탄하며 거드름을 피우고 있지만, 머잖아 인간은 훼손된 자연의 전 방위적 공세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머리 숙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자연은 엄마처럼 한없이 넓고 포근하고 자애롭지만, 자신을 훼손하려는 종에게는 무척 비정하고 냉정하다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미세먼지와 코로나는 자연의 대대적인 역공에 앞서 파견된 척후이거나 늦게나마 잘못을 깨닫고 욕망의 성취를 위한 파괴를 멈추게 하려고 보낸 마지막 사신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인간은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척후와 사신의 목을 베어 자신들의 여리고 성곽 정문에 걸어두고 희희낙락하고 있으니 상황은 무척 절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