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엄마들이 외롭지 않은 명절이길.....
엄마 없이 맞게 된 첫 명절이다. 쓸쓸함을 잊으려고 아침부터 집안 청소를 하고 엄마 방의 거울과 액자들도 다시 벽에 달았다. 키가 작은 엄마를 위해 낮게 달거나 벽에 기대놓았던 거울과 액자들이었다. 시계 배터리도 갈아 끼웠고 유리의 먼지도 닦았으며 맞지 않는 시간도 맞춰놓았다. 작년 명절 이었다면 엄마는 소파에 앉아 내가 청소하는 모습을 보며 이것저것 훈수를 두셨을 것이다. "알아서 할게요, 엄마!" 하며 새초롬해져서는 손을 빨리 움직이게 되는 일도 앞으로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문득 엄마의 그 잔소리가 한없이 그립다. 청소를 끝내고, 이번 설에는 아들이 인천에서 2박을 하겠다고 해서 둘이서 마실 술과 먹을 안주를 사기 위해 간단히 장을 봐 왔다. 소주, 막걸리, 맥주 등과 안주가 될만한 과일과 과자를 샀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그래도 명절은 명절이라고 마트는 무척 붐볐다. 동네 마트에서 계산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 건 처음이었다. 잡생각을 잊으려고 이일 저일 찾아서 부지런을 떨었는데도 시간은 더디 갔다. 오후에는 명절 잘 보내라고 보내온 문자들에 대해 답장을 하거나 영화를 보았다. 저녁을 해먹고 졸음이 왔지만 의식적으로 잠을 몰아냈다. 내일 아침 일찍 동생네 들러 추모예배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빈집의 적요가 이다지도 심할 줄은 몰랐다. 엄마는 매번 이런 쓸쓸함을 견디며 늦은 밤 나를 기다리고 계셨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언제부터인가 처한 상황마다 엄마가 하셨던 말을 따라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오늘은 또 한 잔 걸치셨군."이라든가 "아이고 잘했네. 오늘은 일찍 들어왔네." 등의 이야기를 엄마의 톤을 흉내내어 따라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그때마다 그 말을 던지던 당시의 엄마의 마음이 느껴진다. 명절 전날이면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오랜만에 자식과 손자들을 볼 생각에 마음이 들떠있었을 게 분명하다. 특히 손자가 돌아갈 때면 현관 밖까지 따라나가셔서 손을 흔들던 엄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내가 교육청에 출근하던 첫날도 그러셨지. 가다가 뒤돌아보면 여전히 들어가지 않으시고 손을 흔들던 엄마. 명절이 되니 더욱 그립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오늘 하루만이라도 이 땅의 모든 엄마들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독거노인들과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낼 수 없는 모든 사람이 주변의 관심과 배려로 잠시나마 외로움을 잊을 수 있는 명절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