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박무와 황사

달빛사랑 2021. 1. 13. 17:58

 

 

오랜만에 출근했더니 박 보좌관과 비서실 여직원이 “목요일까지 특별 휴가인데 왜 나오셨어요.”라고 물었다. “그냥, 집에 있으려니 쓸쓸하고 밀린 일도 있고 해서 나왔어요.” 했더니 모두 “힘내세요.”라고 격려해 주었다. 잠시 후 비서실 여직원은 중등교육팀장과 자신의 조의금을 전해주었고, 정책기획관 주무관도 과장과 자신의 조의금을 전해줬다. 교육청에 들어온 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실무적으로 자주 얼굴을 봤던 분들이었다. 아이스 톡 쪽지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이 모든 것은 일종의 빚이라는 걸 안다. 나중에 그분들이 큰일을 겪을 때 나 역시 그분들에게 힘을 보태야 한다는 말이다.

 

그나저나 내가 없는 사이 교육청 보좌관 하나에게 큰일이 생긴 것 같았다. 갑자기 다른 부서로 인사이동을 했다는 건 무척 사안이 중대하다는 것인데,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아 묻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방에 모여 이야기를 하는 것을 통해서 대략의 내용은 짐작할 수 있었다. 참 성실하고 똑똑했던 분인데 어쩌다 그런 사건에 휘말리게 됐는지 알 수 없었다. 비서실 분위기는 하루 내내 침통했다. 덩달아 나도 괜스레 눈치가 보였다. 여직원 말마따나 목요일에 나올 걸 괜히 일찍 나와서 몰랐다면 좋았을 일을 알게 된 것이다. 안쓰럽긴 하지만 공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 동정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퇴근 무렵 혁재가 전화를 해서 갈매기에 들렀다. 피곤했지만 좀처럼 부르는 일이 없는 혁재가 부르니 안 갈 수가 없었다. 도착해 보니 조구 형도 나와 계셨다. 들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근직, 은준, 재면, 정균 등 후배들도 술 마시고 있었다. 새롭게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 중인 조구 형, 코로나로 말미암아 하던 가게를 폐업한 근직, 일자리가 없는 정균, 여전히 모색 중인 은준 등 모두 힘겹고 치열하게 이 겨울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들의 겨울이 덜 추웠으면 좋겠다. 오는 봄에는 하나 같이 밝고 환한 시간 속에 있게 되길 바란다.

 

인천에는 아침부터 박무(薄霧)가 끼었고, 심한 황사가 찾아왔다. 도시가 안개와 먼지 속에서 종일 헐떡였다. 그래도 사람들의 발걸음은 한결같이 분주했다. 엄마 없는 세상의 시계는 또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