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평화로운 주말

달빛사랑 2020. 12. 12. 23:05

제게는 무척 평화로운 주말입니다. 코로나는 극성이고 정치는 극한 대립으로 치달아 모든 이들의 마음이 강퍅해진 요즘, 이 평화로움을 온전히 내 몫으로 여겨도 되는지 살짝 걱정되긴 합니다. 어린 시절 김장을 끝내고 연탄까지 들이고 났을 때의 엄마 마음이 이랬을까요. 개학은 아직 멀고 읽을 책은 넉넉하게 빌려다 놓았으며 부지런한 엄마가 새로 솜을 틀어 마련한 도톰한 이불속에 발을 넣고 있을 때, 어린 마음으로 찾아들던 안온한 느낌, 참 좋았습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아버지는 근처 산에 올라 적당한 소나무를 구해다 둥근 페인트통에 흙을 넣고 거기에 소나무를 꽂아 트리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누나와 나는 솜과 색종이, 문방구에서 산 반짝이를 이용해 트리를 장식했지요. 금박지로 큰 별을 만들어 소나무의 우둠지에 꽂으면 트리는 완성입니다. 이듬해에 아버지는 점멸하는 꼬마전구를 구해 트리에 둘러주셨습니다. 어두운 밤, 전구의 불빛이 점멸할 때는 차디찬 마루에서 잠을 설치던 나이 든 가구들조차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때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