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

달빛사랑 2020. 12. 1. 04:37

 

오늘도 전국 각지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수백 명이 나왔다. 인천만 해도 수십 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공포는 일상이 되었고, 모든 일상은 코로나를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음주와 외식, 취미생활은 물론 인간관계까지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술을 좋아하는 나부터도 자주 가는 단골 술집 방문을 자제하는 중이다. 올해 들어 특별한 약속이나 회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월요일이면 매번 들르던 갈매기도 이번 주에는 가지 않았다. 물론 빈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엄마가 아침 출근길에 “코로나가 극성이니 오늘은 끝나자마자 일찍 집에 와라”라고 하신 말씀이 맘에 걸렸지만, 물론 그게 다는 아니다.

 

갈매기가 위치한 곳에서 길 하나 건너인 로데오거리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나오기도 했고, 최근 들어 취직했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지출을 많이 한 것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했다. 입시생인데도 부모의 장사를 거드는 해든이가 기특해 용돈도 5만 원 주고, 후배들이나 선배들이 술 마시고 있을 때 그것까지 계산해 주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생각했던 한 달 규모 지출 한계를 훨씬 초과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음주를 자제했던 것인데, 과연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내가 이런 자제심을 발휘했을까를 생각하면 자신이 없다. 확실히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내 음주 습관에까지 영향을 미친 건 확실해 보인다.

 

어차피 닥친 일이고 향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것이라면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변화가 궁극에는 우리의 부정적인 생활양식(문화)까지 변화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필요한 소비, 도를 넘은 음주, 속도 제일주의, 환경을 훼손하는 개발제일주의, 저열한 정치문화, 종교 행태 등 다양한 부면에서 지금까지의 삶의 양상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많은 상처와 후유증이 남았지만, 그래도 코로나 창궐이 전환의 계기가 되어 이제는 이웃을 돌아보고 환경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코로나가 인류사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상처로 여겨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상사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그간 보여왔던 인간의 행태를 생각하면 코로나 창궐은 소박한 경고이자 공격일 지도 모르겠다. 이 경고의 의미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임시방편으로 눈앞의 위기를 떨어버리는 데에 골몰한다면 이후에 닥칠 가공할 공세에는 제대로 응전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문명의 몰락을 지켜봐야 하는 건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두렵고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 새로운 문화의 도래를 기대하는 건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