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희망은 겨울을 이기는 힘
달빛사랑
2020. 11. 29. 05:49
종일 아르코 창작지원금 신청을 위한 서류를 준비했고 첨부할 미발표 시들을 정리했다. 얼마 전 4개의 잡지로부터 청탁을 받아 최근 쓴 ‘괜찮은’ 시들을 모두 보내놓은 터라서 이번 아르코 공모에 보낼 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1차 서류 심사는 오직 미발표 시 7편의 문학적 완성도만을 보기 때문에 일단 내 마음에 드는 시를 보내야 했는데, 정작 최근에 쓴 다수의 시편은 이미 잡지사에 보냈으니 시를 고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하지만 선정되지 않더라도 그간 쓴 시를 다시 들춰보며 수정을 하고 최종 정리하는 일은 의미가 크다. 어차피 시집을 발간하려면 써놓은 시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하는 과정을 미리 당겨서 한 것이니 당장 지원금은 받지 못하더라도 헛수고를 한 건 아니다. 또 하나의 의미를 찾는다면, 그간 시 쓰기에 게을렀던 나의 생활을 반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명민한 시인들의 좋은 시에 자극받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들이 타고난 시적 감수성에 안주하지 않고 뼈를 깎는 노력을 보탠다는 걸 확인하는 일은 크나큰 자극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알량한 감수성에 자족하면서 감상적인 글들이나 끄적거려 온 건 아니었나 반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튼 일단 서류는 마감 하루 전에 보냈다. 보낸 시들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선정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진 않지만, 희망은 겨울을 이기는 힘이다. 긁지 않은 복권이 늘 가슴을 뛰게 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