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누나의 덕질을 응원합니다

달빛사랑 2020. 11. 19. 21:17

이전에 봤던 영화를 우연찮게 보았는데, 내용이 전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의미 없는 액션이 난무하는 영화여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액션 영화에는 전형적인 영웅소설의 그것처럼 일정한 클리셰가 반복, 변주된다. 그렇다면 액션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몇몇 감독들이야말로 정말 어려운 작업을 한 예술가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그런 감독을 만나기란 쉽지 않지만..... 아무튼 영화나 읽은 책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것은 최근의 일은 아니다. 얼마 전부터 읽거나 보거나 감상한 작품들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머무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누군가는 자연스런 현상이니 비감해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 비감한 감정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니 그건 하나마나한 위로일 뿐이다. 

 

비는 오늘도 오다 말다 했다. 바람이 차가워졌다. 

 

누나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에 빠져 늦은 덕질 중이다. 씨디플레이어를 구입하고 휴대폰을 바꾸고 어제는 노트북을 구매하고 싶다며 전화가 걸려왔다. 그 소도둑 같이 생긴 녀석이 뭐가 좋은 지는 모르겠지만, 남편과 헤어진 후 고약한 할매처럼 성격은 점점 까칠해지고 마음엔 큰 웅덩이처럼 쓸쓸함이 가득하던 작은누나에게는 그 청년이 삶의 신산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마약 같은 존재인 모양이다.  누나의 덕질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나도 한 때 송가인이라는 트로트 가수의 영상을 찾아보며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매료됐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덕질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