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사진작가의 자애로운 부친, 하늘에 들다
사랑하는 후배 서은미 사진작가가 부친이 하늘에 들었다. 그의 부친인 서재송 선생은 삶의 이력이 무척이나 치열했다. 현대 의료 정착에 기둥이 되어 준 서양인 최분도 신부를 가까이에서 모시며 신앙인으로서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쳤고, 인천상륙작전에 투입돼 목숨을 걸고 싸웠던 6.25 참전용사였으며, 혼혈아와 고아들의 해외입양을 주선한 대부이기도 하다. 특히 아름다운 섬 굴업도에 핵폐기장을 건설하려던 정부의 정책을 폐기시킨 활동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빈소에는 유명인사들의 화환이 즐비했다. 며칠 전 전시장에서 만났을 때, 서은미 작가로부터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이렇듯 갑작스레 영면하실 줄은 몰랐다.
모든 걸 이루시고 아흔이 넘는 연세에 하늘에 드셨으니 아쉬울 것도 서러울 것도 없는 죽음이긴 하지만 부모의 죽음에는 호상이란 없는 법이다. 신앙인으로서 천국에 드신 아버지의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라는 의례적인 위로의 말을 전하긴 했지만 자애로운 아버지를 여읜 자식의 슬픔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눈물 그렁그렁 맺힌 채 나에게 그간의 일들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이제 아버지의 뜻을 기억하고 이어 펼치는 일은 그녀를 비롯한 가족들의 몫일 것이다. 다만 홀로 남은 어머님도 지금 건강이 매우 좋지 않는데, 평생의 반려가 하늘에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게 되었을 때 얼마나 큰 충격을 받으실까. 서 작가도 그것을 무척 걱정하는 눈치였다. 다시 한 번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