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네트워크 운영 자문위원회
오전, 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인천문화예술교육 네트워크 자문위원 회의를 진행했다. 교육청 특보가 된 후 처음으로 갖는 외부 회의였다. 전시 때문에 몇 차례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문화회관 내부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시설이 좋은 공간이었다. 이 공간이 만들어진 데에는 인현동 화재 참사라는 아픈 역사가 있다. 특별히 휴식 공간이 없던 청소년들이 축제 뒤풀이를 위해 찾았던 호프집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고 그 화재로 인해 수십 명의 청소년들이 목숨을 잃었다. 화재 당시 주인은 학생들이 술값을 내지 않고 대피할까 봐 출입문을 잠가놓았기 때문에 인명 피해가 더욱 컸다는 말도 있었다. 애초에 청소년들이 출입이 금지된 호프집에 들어간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는, 표피적인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는 청소년 쉼터와 여가 문화의 필요성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그 ‘새로운 인식’(이라기보다는 여론에 편승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의 성격이 강했지만)의 구체적 후속 조치로 인천시에서는 만만찮은 예산을 들여 이 학생교육문화회관을 건립하게 된 것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청소년 자치학교 은하수를 비롯해서 에술영재 교육, 청소년 뮤지컬, 청소년 오케스트라 등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교육 문화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청소년 예술가들의 실습공간, 연습공간, 만남의 공간, 전시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리고 입시 부담 때문에 상대적으로 문화예술작품의 향유 기회가 적은 학생들을 위해 연극, 뮤지컬 등 양질의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회관 1층에 위치한 가온갤러리는 지역 문화예술가들에게도 공간을 개방해 학생들이 지역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선생님들의 열정도 대단해 보였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공간 출입이 자유롭지 못해 학생들로 북적여야 할 문화회관은 분위기가 썰렁했다.
오늘은 회관에서 준비 중인 사업과 문화예술네트워크 건설을 위한 사업계획을 심의하였다. 다행히 자문위원들 모두 서로 알고 있는 터라서 논의가 어렵지는 않았다. 회관에서 사업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의 열정이 워낙 대단하고 계획도 비교적 촘촘해서 지적할 게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지나치게 의욕적인 사업 추진 주체들이 종종 놓치기 쉬운 점들이 예외 없이 보여서 그 점을 자문위원들은 꼼꼼하게 짚어 주었다. 회관 관계자들도 “아하!”하는 표정으로 조언을 수용했다. 12쯤 회의를 끝내고 ‘경인면옥’에 들러 갈비탕을 먹었다. 경인면옥은 냉면으로 유명한 집인데, 회관 측이 일괄적으로 갈비탕을 주문해 놔서 아쉬웠다. 하지만 갈비탕도 맛있었다. 70여 년을 이어온 노포는 달라도 뭔가 달랐다.
식당을 나와 정렬 형, 재단 본부장 동혁, 인하대 교수 승용 등과 함께 신포동 쪽으로 걸어 내려와 커피를 마시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