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백화점, 그리고 갈매기

달빛사랑 2020. 8. 26. 23:26

 

명색이 첫 출근인데, 내가 가진 옷들은 대부분 너무 편한 옷들이란 말이지. 더위를 너무 타기 때문에 평소에도 반바지를 주로 입고 다니고, 심지어 시장과의 미팅에도 반바지 차림으로 나가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출근은 좀 다른 문제지. 주변의 시선도 신경 써야 하니까. 처음 며칠이라도 점잖은 옷을 입어야 할 것 같아서 정말 오랜만에 백화점에 들러서 바지와 티셔츠를 샀다. 와이셔츠를 구매하려고 했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는 거야. 무엇보다 양복을 입고 출근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와이셔츠나 남방이 절실하지도 않았다. 카라가 있는 무난한 티셔츠 서너 벌과 주름이 잘 가지 않는 면바지 두 벌을 구매했다.

 

백화점 나온 김에 갈매기에 들렀다. 최근 들어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진지라 은근히 술집 방문이 저어되긴 했지만, 구월동 나와서 그냥 갈 순 없었다. 종우 형과 둘이 앉아서 막걸리를 마시다 동렬 형이 들어와 소주로 바꿨다. 뉴스는 의사 파업 소식과 광화문 집회에서 감염된 확진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바이러스보다 더욱 위험한 맹목의 신도들과 집단이기주의에 침윤된 의사들의 파업 소식을 듣고 있으려니 가슴 속에서 뭔가가 치밀어 올랐다. 동렬 형은 만나기로 했던 후배가 도착하자 먼저 자리를 떴고 나는 남아서 남은 술을 마셨다. 돌아올 때는 비를 만났다. 구매한 옷이 담긴 쇼핑백이 젖을까 봐 걱정했는데, 옷을 적실 만큼 많은 비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