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단 이사 간담회ㅣ서류준비
오전 내내 합격자 제출 서류를 준비했고, 병원에 전화를 걸어 신체검사를 예약했다. 제출해야 할 서류가 왜 그리도 많은지, 서류 준비하다가 진이 빠질 지경이다. 다행히 대부분 관공서를 찾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뗄 수 있는 서류들이었다. 그리고 오후 두 시부터 문화재단 이사간담회를 세 시간에 걸쳐 진행했다. 앞으로 오늘과 같은 길고 지루한 회의도 이제 두어 번만 더 하면 끝이다. 4년간의 재단 비상임이사 활동이 올 11월로 끝나기 때문이다. 지난 4년은 나에게 너무도 유익한 시간이었다. 인천문화 예술의 흐름과 방향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러한 경험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 근거였다. 또한,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인천의 문화 현장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역할을 일정하게 수행했다는 인천시민으로서의 자부심도 크다. 이사 임기가 끝나도 문화재단 사업과 재단 임직원들에 대한 애정은 절대 식지 않을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간담회를 마치고 대표이사를 비롯하여 기획경영본부장인 후배 손, 정책팀장인 공, 인하대학교 김상원 교수, 이사인 혜경, 찬영과 저녁을 먹었다. 여느 때 같았으면 반주를 한잔했겠지만 내일 아침 신체검사를 받아야 해서 무알코올 상태로 일찍 일어났다. 돌아오는 길, 동인천 지하상가 끝자락에 있는 사진관에 들어가, 신체검사 검진표와 신원조회 동의서에 붙일 반명함판 사진을 찍었다. 주인아저씨는 컴퓨터 화면상에서 사진을 보정 해 프린터로 보낸 후, 컴퓨터 오목을 두어 판 두었다. 사진 출력까지 그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생각보다 잘 나와 기분이 좋았다. 집에 도착해서는 나머지 서류들을 마저 출력해서 정리해 놓았다. 엄마는 가끔 서류 정리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다 가셨다. “나랏밥을 법는 일이라서 그런지 준비할 서류가 많기도 많구나.”라는 말도 하셨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크게 웃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생각할 건 없는 일인데, 겸연쩍었다. 글을 쓰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출퇴근과 시간 운용이 자유로운, 이를테면 근무 조건이 너무 좋아 선택했던 일일 뿐인데, 엄마는 내가 뭐 대단한 일을 하게 된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엄마가 그리 생각하신다면 그런 것이다. 엄마가 좋다면, 나도 좋다. 그나저나 내일 아침까지 아무것도 먹지 말아야 하는데, 잠은 쉬 오질 않을 게 분명하고…… 그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