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의암댐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달빛사랑 2020. 8. 6. 22:36

 

경사진 도로의 위쪽에 사는 나는, 오늘처럼 새벽 운동하러 가다가 잠든 도시가 어떤 모습으로 기지개를 켜는지 종종 보게 된다. 누가 가장 먼저 일어나고 또 누가 가장 늦게까지 지난밤의 어둠을 발아래 질질 끌며 도시 저편으로 잠자러 가는지를 보게 되는 것이다. 단골 슈퍼는 아직 문 열기 전, 등교하는 학생들과 출근하는 직장인들만 간혹 눈에 들어왔다. 앳된 두 명의 노동자가 스쳐 지나갔다. 영어가 아닌, 많이 들어본 듯한 외국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동남아에서 돈 벌러 온 외국인노동자들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어쩌다가 이곳까지 밀려와 나의 이웃이 되었을까. 낯선 이국에서 맞는 아침은 어떤 느낌일까. 그들에게 이곳은 희망일까 벗어나기 힘든 개미지옥일까? 난 길을 가면서 그들의 삶을 함부로 연민했다. 문득 불러 세워 시원한 캔커피라도 사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수문을 열고 방류 중인 의암댐에서 인공수초를 결박하기 위해 작업에 나섰던 비정규직 인부 7명이 사고를 당했다. 두 명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나머지는 죽거나 실종되었다. 그까짓 인공수초가 뭐라고 그들은 이처럼 뻔한 위험 속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야 했단 말인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춘천시청 공무원의 요구가 있었다고 하는데, 얼빠진 공무원의 탁상 행정이 애매한 목숨 다섯을 죽인 것이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명백한 타살이다. 만약 자신들의 부모 형제가 그와 같은 조건의 작업현장에 내몰려야 했다면 그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세상이 너무 강퍅하다. 이 물신주의가 횡행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앞의 목숨이란 얼마나 하찮은가. 세상이 바뀌었어도 노동자는 여전히 하루하루 사선을 넘나들며 곡예하듯 삶을 꾸려가야 한다. 정치와 염치와 인간성이 상실된 세계에서의 삶이란 그 자체가 견디기 힘든 지옥의 삶이다. 어쩌다 우리는 이 지경이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