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빗나간 부정(父情)일까 도덕적 해이일까

달빛사랑 2020. 6. 13. 20:36

 

 

재단의 고위직(1급) 간부가 온라인 게시판에 ‘컨트롤C+V’(복사+붙여넣기)를 한 번 할 때마다 2만8250원씩을 주는 ‘꿀알바’를 자신의 딸에게 맡겼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물론 재단 이사인 나도 당연히 아는 간부다. 중고등학교 후배이자 대학교 후배이고 심지어는 작가회의 후배이기도 하다.

 

나는 이 소식을 신문 기사를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듣자마자 드는 생각은 “아니, 왜 이런 바보 같은 판단을 한 거지?”였다. 오랫동안 그를 봐 온 나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해당 사안이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면 고위직 간부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고,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딸에 대한 빗나간 부정(父情)이 강제한 결과라면 도덕적 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않아도 종종 후배의 업무 태도를 비판하는 내부 의견을 만나왔지만, 그것은 재단 내부에 흐르는 진영논리의 결과일 때도 많았다. 다시 말해서 그의 업무 능력과는 관계없이 그를 싫어하는 직원 그룹의 다소 감정적인 문제제기일 뿐 객관적인 비판은 될 수 없다고 판단해 왔다. 나 역시 ‘안으로 굽는 팔’의 태도를 취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현재 노조와 일부 비토세력들은 회사를 나가야 한다고 요구하는 모양인데, 그건 지나치게 정치적일 뿐만 아니라 과도한 요구다. 다만 무엇보다 먼저 후배는 구성원과 지역사회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만 한다. 그리고 모든 보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라는 미련을 갖고 실기(失期)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된다.

 

나는 여전히 후배에 대한 일말의 믿음을 버릴 수 없다. 그러기에는 수십 년간 쌓아온 관계의 층위가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잘못된 판단이나 실수는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면 된다. 그 책임이 무서워 현실을 회피하면 진짜 비겁자가 된다. 욕망을 버리고 보직에서 물러나 조용히 대기하면서 무엇이 회사와 자신을 위해 최선일까를 진중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선배로서, 재단 이사로서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후배에게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