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인 여름인가ㅣ짐승들의 세상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이제 선풍기를 켜지 않으면 책상 앞에 앉아 있기가 쉽지 않다. 이제 겨우 6월 초인데, 벌써 이렇듯 더위에 속수무책이면 도대체 올여름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인지 은근히 겁이 난다. 날도 날이지만 맘이 불편해서 더욱 덥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후배 아들 결혼식이 계양구 작전동 모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었는데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참석하지 않았다. 최근 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4명이나 발생한 지역과 인접해 있었고, 인천시에서도 강력한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후배는 서운한 마음이 크겠지만 노모를 모시고 사는 나로서는 원거리, 그것도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장소에 가는 것이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들어 바이러스 확진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인천의 상황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지금 인천은 전시와 다름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걱정이 크다.
파키스탄에서 8세의 가사도우미가 주인집에서 키우는 앵무새를 잃어버렸다고 주인 부부로부터 심한 구타를 당해 결국 숨졌다는 외신을 읽었다. 8살짜리 가사도우미를 고용한 부부도 그렇고 초등학교에 갓 입학할 나이의 자식을 남의 집 식모로 보낸 부모도 그렇고 인간이 얼마나 악하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인면수심이란 말도 아깝다. 야수인 짐승도 자기 자식에게만은 극진하고 각별한 사랑을 주는 법이다.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이라는 게 올바른 표현이겠지.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가끔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의 생각에 공감하게 된다. 사회화 이전의 어린아이가 반려동물이나 동료들에게 보이는 잔인한 행동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휴머니즘에 대한 회의가 자꾸만 쌓여가는 하루하루다. 바이러스가 창궐하게 된 이유도 인간의 이러한 도덕적 타락과 깜냥도 안 되면서 자꾸만 지구 생태계의 주인행세를 하려는 꼴사나움 때문일 것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머잖아 만나게 될 세상은 디스토피아가 될 것은 너무도 명백한데 왜 우리들은 한 치 앞의 미래조차 보려고 하지 않는 걸까.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