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엄마의 시간

달빛사랑 2020. 5. 24. 21:14

 

체력이 떨어지고 뼈가 아픈 엄마는 요즘 자주 식탁에 기댄 채 서 있거나 거실을 서성인다. 앉으면 꼬리뼈가 아프고 누우면 자꾸 잠이 오거나 까라지기 때문이다. 가끔 실내 자전거 위에 올라가 발 운동도 하시지만, 확실히 그전보다 힘이 없어 보인다. 일상의 묵은 통증들은 엄마를 점점 더 집요하게 괴롭힐 것이다. 주방에서 저녁준비를 하고 있는 나를 보며 엄마는 “이렇게 하나하나 아프고 못 쓰게 되다 어느 날 훌쩍 가는 게 인생이지.”라며 쓸쓸하게 웃었다. 그 웃음에서 속 깊은 노인의 ‘안간힘’과 ‘허전함’을 동시에 읽을 수 있었다. 남은 엄마의 시간은 얼마나 될까. 길든 짧든 나는 그 시간 속에서 엄마가 덜 아프고 덜 쓸쓸하고 자주 기뻤으면 좋겠다.

 

두어 편의 영화와 한 개의 시리즈물을 감상했다. 

영화는 '좀비랜드 : 더블탭'(2019)과 '마틸다'(1996), 일본 애니 시리즈물은 '보석의 나라'(12부작,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