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관계에는 일정한 거리가 필요하다

달빛사랑 2020. 5. 22. 21:59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온 다음날이면 전날의 고조됐던 감정과는 다르게 마음이 헛헛해지거나 묘한 기분이 될 때가 가끔 있다. 뭔가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이다. 갈매기에서 조구 형이나 혁재를 만나 수다 떨다 돌아온 날과는 확실히 결이 다른 느낌이다. 상대에게 속마음을 지나치게 많이 드러낸 것은 아닐까, 과민할 필요가 없는데 혼자 괜스레 흥분했던 것도 같은데...., 감당할 수 없거나 내키지 않는 약속을 덜컥 했던 건 아니겠지 등등 온갖 생각들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대체로 후스러운 감정인데, 특히 평소보다 과음해서 생각이 도막도막 끊어졌을 경우 더욱 심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법이다. 너무 빠른 속도로 그 거리를 좁혀오는 사람은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 '부담스러움'을 티 내면 상대가 상처받을까 봐 내 쪽에서도 과잉행동을 하게 된다. 그럴수록 이튿날의 자괴감은 크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냉정하고 사태를 주시하는 사람이 부러운 것은 그 때문이다. 나도 눈빛만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줄 알고 간단한 몇 마디의 말로 대화의 수위를 조절하는 능력을 가졌으면 좋겠는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소심한 사람들은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피력하기보다는 상대의 반응까지 신경을 쓰다 보니 가끔 속마음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곤 한다. 돌아오는 차 안이나 책상 앞에 앉아 대화의 내용을 복기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속마음과 솔직하게 조우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상대에게도 자신에게도 솔직하지 못했다는 후회를 하게 된다. 인간관계란 그래서 어렵다. 특히 깨지기 쉬운 유리 감성의 소유자들에게는 더욱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