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소낙비, 누군가가 이곳을 다녀갔다

달빛사랑 2020. 5. 18. 20:17

 

조금 전, 천둥 번개와 함께 강한 소낙비가 도시를 삼킬 듯 맹렬하게 쏟아졌다. 예사롭지 않았다. 경외감마저 느껴졌다. ‘뭐지? 직접 말로써 전할 수 없는 누군가의 마음이었을까? 안부를 대신한 눈물이었을까? 하소연이었을까? 남은 이들을 향한 당부였을까? 질타였을까?......’ 사소한 것 하나에도 자꾸만 의미를 부여하는, 4월이나 5월 이맘때쯤이면 더욱 심해지는 익숙한 버릇.


“이제는 눈물보다

끈끈한 사랑과 악다문 입술을 위하여

질끈 동여맨 머리띠와 견고한 어깨동무를 위하여

나태와 무료의 신산(辛酸)한 아침을 밟고

힘차게 내딛는 두 다리를 위하여

두 다리로 만들어 갈 참된 세상을 위하여

그 세상 속에서 울려 퍼질 힘찬 노래를 위하여

마침내 이루어질 그대들과의 약속을 위하여”


비가 하도 예쁘게 내리기에 무작정 갈매기를 찾았다. 

잠시 비가 듣는 사이에 조구 형이 찾아왔다. 

왠지 분명히 갈매기에 혼자 앉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마음이 짠해 지는 순간이었다. 형이 오기 전에 이미 한 병을 마셨기 때문에

나는 약간 취해 있었다. 그래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형이 일어날 때쯤 근직이가 들어왔다. 건강이 안 좋아져 걱정이 많은 것 같았다. 

나는 근직이에게 시를 쓰라고 권했다. 원래 시를 쓰던 친구였으므로 

'다시'라는 부사어를 붙여 말했다. 예전 같았으면 "제가 무슨 시를 써요"라고 했을 텐데

오늘은 그러겠노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생에 모종의 변화가 찾아온 건 분명하다.